오피니언 사설

정부의 뻔뻔스러운 임기 말 몸집 불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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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들어 정부의 각 부처가 다투어 조직과 인원을 늘렸거나 늘릴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큰 정부’를 역설하는 대통령의 묵인과 방조 아래 정부가 대놓고 몸집 불리기에 나선 형국이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를 기존의 2국14팀에서 3국17팀으로 확대하면서 인원도 30여 명을 늘리기로 했다. 덩달아 간부들의 직급도 한 단계씩 격상된다. 또 통일부에는 대북 지원 전담 부서인 ‘인도협력단’을 신설했다.

 여기다 보건복지부는 노인복지정책 관련 3개 팀을 2국 6개 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정자치부에 제출했으며, 교육인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노동부 등도 각각 조직확대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위 범정부적인 조직 확대 붐이라고 할 만하다. 정권의 임기가 다 끝나가는 마당에 정부 부처들은 경쟁적인 세력 확장에 나서고, 공무원들은 승
진 잔치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각 부처는 하나같이 업무가 늘어나 조직과 인원을 확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늘었다고 내세우는 일을 들여다 보면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아온 실패한 정책이나 대통령의 코드에 맞추기 위한 억지 정책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한 주택정책을 뒷감당하기 위해 주거복지본부를 늘리고, ‘퍼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북 지원 사업을 전담시키기 위해 통일부의 조직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흡사 사고를 치고 나서 이를 수습하기 위해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는 궤변을 뻔뻔스럽게 실천하는 모습이다.

 임기 말의 대통령은 막판까지 생색내기 좋고, 공무원들은 자리를 늘리면서 승진도 할 수 있으니 정부 조직 확대에 대한 이해가 딱 맞아떨어진다. 그 과정에서 늘어나는 국민 부담은 안중에도 없고, 기존 조직의 비효율을 개선하거나 불필요한 부서를 축소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보이질 않는다. 전 세계가 ‘작은 정부’를 향해 나가는 가운데 이 정부는 임
기의 마지막까지 ‘큰 정부’를 향한 역주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