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은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 수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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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어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찬성 32 대 반대 2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1930년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때까지 일본 정부가 제국군대에 위임해 운영한 종군위안부 제도를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사건 중 하나로 규정하고, 강제로 젊은 여성들을 성적 노예로 만든 사실을 확실하고 분명한 태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사과하고 역사적 책임을 질 것을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결의안은 또 일본 총리가 공식 성명을 통해 사과함으로써 종전에 발표한 성명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일본군들이 위안부를 성적 노예로 삼고 인신매매를 한 사실이 없다는 어떠한 주장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분명하고 공개적으로 반박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이러한 끔찍한 범죄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결의안이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미 의회가 일본군의 종군위안부 강제 동원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이를 외면해 온 일본 정부에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일본이 아무리 진실을 가리려 한들 위안부 강제 동원은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임을 미국의 민의(民意)가 공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위안부 결의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집요한 로비를 해 왔다. 심지어 현직 국회의원들 이름으로 위안부 강제 동원을 전면 부인하는 광고를 미국 신문에 싣기도 했다. 하지만 되레 역효과를 내고 말았음은 이번 결의안의 압도적 통과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미·일 관계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미 의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결의안의 본회의 표결에서도 압도적 지지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졸렬한 시도를 중단하고, 미 하원 결의안에 명시된 권고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