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고」 비관자살(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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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불쾌지수는 기온과 습도의 변화에 따라 인간이 느끼게 되는 불쾌의 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일반적으로 70이 넘으면 약 10%가,75를 넘으면 50%이상이,80을 넘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기온이 급상승하고 불쾌지수가 90가까이에 이르면 뇌세포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일사병으로 목숨을 잃기까지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일도 있었다.
이같은 불쾌지수에 착안해 만들어진 것이 경제불쾌지수다. 학문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경제상황이 좋으냐 나쁘냐를 일시적으로 판가름하는 기준으로서 곧 잘 인용된다. 경제불쾌지수는 보통 물가상승률과 완전실업률을 합한 수치로 나타난다. 이 수치는 사람들이 그 시점에서 인플레이션과 실업으로 인해 갖게 되는 「경제적 불쾌감」을 예상케 한다.
그러나 기온과 습도에서 산출되는 불쾌지수와는 달리 경제불쾌지수는 그 수치가 얼마일 때 어느정도의 「경제적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줄 수 없다는 특징을 지닌다. 기온과 습도에서 산출되는 불쾌지수가 1백을 넘을 수 없게 되어 있는 반면 경제불쾌지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경우 몇백에도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상태가 좋은 나라에서는 수치가 낮아도 쉽사리 「경제적 불쾌감」을 느끼게 되지만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나라에서는 경제불쾌지수의 완만한 상승세에는 특별한 불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성격이나 인생관 등에 따라 불쾌감을 느끼는 수치도 사람마다 다르게 마련이다.
생활고때문에 자살하는 살므등 대개 그 경제불쾌지수에 따른 「경제적 불쾌감」을 극도로 느낀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엊그제 일본 경찰청이 발표한 금년의 「자살자 통계」에 따르면 「경제적 이유에 의한 자살」이 작년보다 23%나 증가한 1천8백여명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각종 부채와 경영악화,실적부진 등이 주요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최근 우리나라 중소기업사장들의 잇단 자살원인과도 비슷한 것을 보면 경제불쾌지수의 수치는 달라도 중요하게 작용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새해 새정부가 들어서면 경제불안지수가 얼마나 낮아질는지 궁금하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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