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조치」무리수 드러난 셈/현대 역삼동땅 승소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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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잠실 롯데 계류사건에도 영향/강제매각 토지 적법 시비일듯
법원이 소유권 분쟁에 휘말렸던 서울 역삼동 현대사옥 부지에 대해 현대의 소유권을 인정해준 것은 정부의 90년 5·8부동산 조치가 일부 무리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정부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조치에 대한 정당성과 합법성을 따지는 식의 직접적인 소송은 없었지만 비업무용 부동산이라고 보아서 당국이 부과한 취득세나 소유권 반환청구 등에 문제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름으로써 이 조치가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1년8개월을 끈 이번 재판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은 건물을 짓지 않고 빈땅으로 놓아둔 책임이 땅주인과 행정관청중 과연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었다. 현대측은 땅을 토개공에서 사들인후 31층짜리 사옥을 지으려고 했는데 수도권 정비심의위원회가 세차례나 심의를 보류,착공이 늦어졌기 때문에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토개공은 계약기간인 3년안에 정당한 이유없이 지정용도인 업무용지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한다는 약정사항을 들어 땅을 돌려받아야겠다며 소유권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그런데 재판부가 『행정절차의 지연으로 착공을 못한 것은 계약상 정당한 이유로 보아야 한다』며 현대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토계공은 이번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측은 이 땅에 부과된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해서도 불복,소송중인데 이번 판결이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8조치와 관련,소송에까지 이른 경우는 현재까지 현대의 역삼동 땅과 롯데의 잠실땅이다. 롯데 잠실땅에 대해서도 지난 8월 서울고법은 롯데측이 제2롯데월드를 짓기 위해 여러차례 사업계획서를 수정해 서울시에 낸 점을 인정,서울 송파구청이 1백27억원의 취득세를 부과한게 잘못됐다고 판결했으며 서울시가 이에 불복,대법원에 상고해 계류중이다.
롯데측은 또 지난 12일 「송파세무서가 부과한 2백18억원의 토지초과 이득세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고법에 냈다.
또 이 땅은 성업공사에 매각이 위임돼 공매에 부쳐졌으나 두차례나 유찰돼 공매가격이 계속 낮아지자 롯데측이 지난 9월 서울민사지법에 공매중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나 이 가처분신청은 기각당했으며 9월말 3차 공매에서도 유찰되자 롯데측은 다시 서울고법에 항고해 계류중이다.
한편 금호그룹측은 지난해 3월 경기도 용인 아시아나골프장 건립용지에 대한 비업무용 판정에 불복하는 민사소송을 주거래 은행을 상대로 냈다가 곧바로 취하했었다.
이번 판결에 고무받아 강제매각 대상에 올라있는 부동산을 갖고 있는 일부 기업들이 당국이 불허한 건축계획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기 위한 소송을 낼 가능성도 커졌다. 또 이번 판결은 정부가 바뀌는 시점에서 성업공사에 매각은 의뢰됐으나 아직까지 팔리지 않은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처리를 마무리 해야 하는 과정과 이에 대한 새정부의 조치에도 영향을 주리란 분석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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