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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화만 내는 아이, 겁먹은 아이 … 부모 유머 한 방에 쓰러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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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아이와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무조건 훈계나 설교는 금물이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웃음’을 동원하면 대화의 물꼬가 확 트인다. 사진은 유머 대화법을 즐겨 사용한다는 허지현 패밀리 리포터 가족. 

아이와 갈등상황이 생길 때 이씨처럼 기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부모가 “너 꼬박꼬박 말대답 할래?” “숙제 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니?” “애들은 몰라도 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면 대화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고 보면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유머 대화법이다. 유머 섞인 한마디를 던져 아이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아이는 긴장이 풀려야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부모의 유머 감각은 아이에게도 전염된다. 최근 출간된 '엄마 공부 77'에서 지은이 서석영씨는 “유머 감각이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여유를 갖게 된다”며 “유머를 구사하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창의력, 위기 타개능력, 사교성 등도 길러진다”고 말했다.

# 살짝 비켜 말하라
 
최윤주(36)씨의 쌍둥이 아들 의창(8)과 의주(8)는 코피를 자주 흘린다. 최씨는 그때마다 “혹시 코를 후볐느냐”고 다그친다. 아이들은 늘 아니라고 잡아뗐다. 속이 탄 최씨는 궁리 끝에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갔다. 이것저것 진찰을 해보던 의사가 웃으며 말했다.
“의창이는 둘째손가락으로 팠고, 의주는 새끼손가락으로 팠구나. 그렇지?”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맞다”고 했다. “코를 너무 심하게 파면 코피가 나고, 손에 묻은 병균이 옮아 염증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에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들은 어른이 정색을 하고 추궁하면 겁부터 집어먹는다. 공포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재치 있는 한마디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크게 혼나지 않는다”라며 믿음을 준다. 대화의 물꼬가 쉽게 트인다.
 
#적절한 반어법으로
 
유머 대화법은 정서적으로 민감한 예비 사춘기에도 유용하다. 부모와 감정이 팽팽하게 맞서게 된 원인을 아이 탓으로 돌리기 전에 아이가 가진 수치심ㆍ열등감 등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그런 감정을 없애고 원활한 대화를 하려면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수학 점수를 형편없이 받아온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 세원(12)을 야단친 신유선(42)씨의 사례. 야단 맞은 아들이 기분 나빠 방문을 쾅 하고 세게 닫으면서 들어가자 신씨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 방문을 연 뒤 명랑하게 말했다. “그렇게 살살 닫아서야 어디 문이 부서지겠니? 더 세게 닫아야지. 망치 줄까?” 피식 웃는 아들에게 신씨는 유머 한 방을 더 날렸다. “너무 한 과목(수학)에 치중하는 것 아니니? 다음부터는 점수 좀 골고루 받아와라.”
 
#아이의 수준에 맞게
 
유머는 부모와 자녀의 감정대립을 순화시키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그래도 너무 자주 사용하면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분명히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웃으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는 구실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 유머의 목적은 아이의 잘못을 짚어주되 과도한 충돌을 예방하는 데 있다. 아이의 성격이나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유머는 부모가 아이를 놀린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글ㆍ사진=허지현 패밀리 리포터 misaye@naver.com

◆도움말 주신 분=박윤조 닥터 윤 앤 리 어린이집 원장, 허지훈 대교 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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