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극의 새 면모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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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87년 산울림소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그 동안 1백50여회의 공연을 가졌던 극단 「우리 극장」의 『광대 학교』가 31일까지 마당 세실 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벌이고 있다.
이 작품은 기존 청소년 극의 도식적인 구성을 탈피,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의 교감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독일의 청소년 극 전문 단체인 「그립스 테아트르」가 70년대 초반 처음 무대에 올려 선풍을 일으켰던 이 작품은 환상의 세계만을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청소년극이 「일회성」의 오락으로 떨어지던 폐단을 극복하고 청소년들이 현실에서 부닥치는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도록 유도한다.
또한 성인 관객에게도 청소년들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가를 피부로 느끼게 해줌으로써 청소년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게 해준다.
네명의 광대들과 엄한 훈장 사이에서 벌어지는 엎치락뒤치락 소동이 기둥 줄거리다. 훈장은 자신의 뜻대로 제자들을 교육시키려 하나 자유 분방한 광대들은 자꾸만 실수를 거듭한다. 훈장은 광대들이 고의로 자신을 놀리려는 줄 알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제자들에게 복수 극을 벌인다.
제자들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모르는 훈장의 우직스러운 교육 방법을 풍자하는 이 작품은 아이들을 획일화시키는 우리의 교육 풍토를 되돌아보는데 도 한몫 거들고 있다.
연출을 맡은 고금석씨는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데 주력했다』고 밝히면서도 『뮤지컬의 특성을 십분 살려 노래·무용·팬터마임 등을 다양하게 삽입해 볼거리가 많은 무대이기도 하다』면서 이 작품이 단순한 「교훈극」이 아님을 강조했다.
처음부터 배역의 성격을 규정하지 않고 관객들이 각 배역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도록 유도하는 개방적인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 것도 관객에게 특이한 관극 체험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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