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있는데 '노인과'는 왜 없을까

중앙일보

입력

노인인구 증가와 함께 의료지원 대상자는 증가하고 있으나 노인만을 위한 전문 인력과 치료 체계 부재로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지적되고 있다.

즉, 어린이들을 위한 ‘소아과’는 존재하지만 급증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과’는 존재하지 않다는 것.

◇증가하는 노인 급여비와 의료사고=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발표한 ‘2006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건강보험 적용인구가 407만명으로 전체의 9%를 차지했다.

특히 이들의 진료비에 대한 급여비는 5조6000억원에 달해 10년 전(7000억원)보다 8배 이상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노인들의 의료 지원 요구와 함께 노인들의 의료사고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의료소비자 관련 의료분쟁은 2006년 기준 181건으로 2004년 98건, 2005년 177건에 이어 꾸준히 늘었다.

또한 이러한 분쟁의 절반 이상(54%)이 ‘수술 및 시술 의료사고’였으며 이중 의료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결된 경우는 81%나 됐다.

이에 소비자원은 지난 5월 고령의료소비자의 수술에 대한 표준임상의료 지침을 마련해 의료사고를 최대한 줄여야 함을 정부 측에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소비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노인들의 경우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을 겪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이서 치료 전에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의료진에 대한 국가적 표준모델 제시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이러한 노인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는 노인관련 제도는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결국 예산 낭비의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며 혀를 찼다.

◇노인 질병, 그들만의 고민?=위의 건보공단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이 가장 많이 입원한 질환은 ‘노인성백내장’으로 12만명 이상이 이 질환에 시달렸다.

하지만 문제는 노인들의 경우 한 가지 질병을 앓고 있기보다 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함께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연봉길 교수(한림대학교 의과대)는 “노인의 경우 한 가지 질병을 앓고 있다 해도 어느 순간 병세가 악화되면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라며 “이러한 합병증으로는 폐렴, 욕창, 폐혈증, 요로감염 등이 있으며 심하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또 그에 따르면, 노인은 낙상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이 경우 기본적으로 골다공증이 있는 상태에서 골절이 되면 쉽게 회복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활동이 줄면 욕창, 폐렴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노인병원(요양기관)은 생겨나고 있지만, 노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의 제도는 존재하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적하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노인 관련 전문의 제도를 세부적으로 만들어 노인 질병에 대한 실질적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 “내년 7월 전격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제도’는 간병비 보조, 시설 및 재가 시설 지원 등 노인 복지관련 측면에서만 집중 돼 노인들을 위한 의료적 접근력은 떨어진다”라며 요양제도의 허점을 꼬집었다.

이와 함께 요양제도 도입과 함께 급격히 증가하는 노인병원들의 가격 경쟁으로 인해 낮아지는 서비스 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마지막으로 그는 “노인관련 질병과 의료적 대책은 이미 늘어난 인구만큼이나 사회가 해결해야할 문제다”라며 “이러한 시점에서 노인에 대한 의료적 지원 및 전문의 제도를 배제한 국가 정책은 실속 없는 제도에 불과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