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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 특사 100년 … 세계를 향한 평화의 외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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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907년 6월 25일은 고종황제가 비밀리에 파견한 한국특사가 헤이그에 도착한 날이다. 이상설·이준·이위종 등 3인의 한국특사는 이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갑작스러운 이준의 분사(憤死)는 이들의 존재를 국제적으로 더욱 부각시켰다. 하지만 헤이그 특사가 몸을 던져 이루려던 평화의 화두는 일본의 사주를 받은 열강의 반대로 좌절되고 말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도 이들의 좌절로부터 잉태된 것이다. 헤이그 특사 100주년을 맞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것은 이런 평화의 메시지다.

제국주의 열강의 마당에서 외롭게 한국 독립과 세계 평화를 외친 헤이그 특사의 의의를 되새기는 작업은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학술 분야에서는 세 차례의 학술회의를 통해 헤이그 특사의 의의가 재조명됐다. 헤이그 현지에서도 학술회의와 기념행사가 준비돼 있다. 헤이그 특사 10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회와 이준 열사 기념관, 중앙일보가 공동주최하는 국제심포지엄과 기념행사가 개최된다. 7월 13일에는 이준 열사 추모 국제심포지엄, 14일에는 헤이그 특사 100주년 기념식이 거행된다. 정보통신부도 27일 기념우표를 발행한다.
 
미국·이라크 사태, 중동 분쟁, 일본의 군사대국화, 중국의 중화주의 회귀, 북한 핵무장 등 국제사회가 무력분쟁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100년 전과 오늘의 상황이 맞물려 헤이그 특사의 역할을 되새겨 보게 한다.

고종황제와 한국정부는 1902년부터 헤이그 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했다. 그것이 동양평화와 세계평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미국인 헐버트 목사가 특별위원으로 파견됐다. 이들은 국제사회와 인류의 양심에 평화의 화두를 던지고, 제국주의 열강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준 열사, 안중근 의사 등 우리 선열들은 여러 차례 세계를 향해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번번이 무시됐고, 그 결과는 비극으로 남았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다시 한번 헤이그 한국특사가 던진 메시지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김용달 독립기념관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