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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삼천리는 에너지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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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삼천리의 젊은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포즈를 취했다. 다른 회사들보다 여성 직원이 많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직원 706명 중 여성은 76명이다. [사진=김성룡 기자]

지난해 매출 1조8000억원. 1955년 창립 후 지난해까지 52년 연속 흑자를 낸 기업. 삼천리가 그렇다. 이렇게 소개하면 십중팔구는 “자전거 회사가 그 정도로 튼실했나”라는 반응을 보이게 마련. 하지만 삼천리는 삼천리자전거와 다르다. 삼천리는 인천의 10개 구·군 중 연수·남동 등 5개 구와 부천·수원 등 경기도 서부 13개 시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다.

 ◆삼천리는 변신 중=삼천리는 원래 연탄 제조·판매업체였다. 그러다 1982년 경인도시가스를 인수해 매출 기준 국내 1위 도시가스업체가 됐다. 연탄 사업은 2002년 서울 이문동 공장을 매각하며 완전히 정리했다. 최근에는 열병합 발전장비 설치 사업, 아파트 단지 등에 난방과 전기를 공급하는 집단에너지 사업, 해외 유전 개발로 분야를 넓혔다. 한마디로 ‘종합 에너지 공급업자’가 됐다. 요즘은 정보기술(IT)·유통·>레저 등의 분야에서 적절한 업체를 인수합병(M&A)해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창업하고 약 25년 뒤에 도시가스 회사로 탈바꿈했고, 그로부터 또 25년이 지난 지금 두 번째 변신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안정적인 에너지 사업을 한 데다 적시에 연탄에서 도시가스로 사업을 전환한 데 힘입어 창업 후 52년간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소비자와 직접 접촉할 일이 많지 않은 도시가스 사업을 25년간 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는 좀 떨어졌다. 지난해 입사한 최재형(29·운영팀)씨는 “최근 소개팅을 몇 번 했는데, 삼천리에서 일한다면 모두들 ‘아, 그 자전거 회사요’라는 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가족처럼 지내는 회사=“올 1월에 장인께서 돌아가셨다. 대구인 데다 장인상인데도 삼천리 직원들이 많이 왔다. 막내사위인 내 조문객이 상주의 조문객보다도 많았던 것 같다.” 홍보팀 안동철(38) 과장의 얘기다. 실제 삼천리는 직원 중에 경조사가 생기면 평소 얼굴을 잘 모르던 직원까지 찾아가 축하나 위로를 한다. 이는 ‘인간애·가족애’를 중시하는 기업문화에 따른 것. 이런 분위기는 동업으로 시작한 기업의 내력에서 비롯됐다. 삼천리는 의형제를 맺은 고(故) 이장균, 유성연 창업 회장이 동업으로 일으켰다. 두 집안은 이웃에 살면서 아들들에게도 서로 상대방을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로 부르게 했다. 요즘 세상에서 형제 간에 경영권 다툼을 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지만 삼천리 그룹은 2세에 이르기까지 52년간 조그만 분쟁도 없었다. 지금은 삼천리 그룹 중 삼천리는 이만득 회장이, 해외 탄광 개발 등을 하는 ㈜삼탄은 유상덕 회장이 맡고 있다.

 여직원들은 정장 스타일의 근무복을 제공한다. 여직원회에서 디자인 업체를 불러 디자인을 정하면 회사에서 여름, 겨울, 봄·가을용 세 가지를 각각 두 벌씩 지급한다. 디자인은 2년마다 바꾼다. 분기마다 한 차례 여성 직원만을 위한 교양·문화 강좌도 연다. 여직원들의 희망에 따라 지금까지 와인, 재태크, 여성 리더십 강의 등을 했다.

 ◆선발 때 점수따려면=삼천리는 서류 전형과 두 차례의 면접을 한다. 여기서 주로 보는게 ‘성실성’이다. 대학생활을 얼마나 성실하게 했고, 삼천리 입사를 얼마나 성실하게 준비했는지 평가한다. 그래서 서류전형에서는 무엇보다 학점을 중시한다. 토익(TOEIC), 토플(TOEFL) 같은 영어 성적도 따진다. 학점이나 영어 성적은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는 선이 있는 것은 아니고, 내신 등급을 매기듯 점수 구간별로 등급 점수를 매긴다. 자격증이나 봉사활동, 각종 사회경험을 많이 해도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다.

 입사원서에는 원하는 직무 분야를 적도록 한다. 자기소개서의 ‘포부’란에 원하는 직무와 관련해 개선 제안을 하면 점수를 높게 준다. 삼천리를 잘 파악하고 직무 전문성도 갖추려 열심히 노력한 사람만 개선 제안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1차면접은 두 단계. 지원자가 일하기 원하는 부서의 팀장과 팀원들이 들어와 질문을 던지는 순서가 있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중시하는 회사답게 과연 그 부서에서 함께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는 것이다. 면접시험 장소에 도착한 뒤 지원자가 원하는 직무와 관련한 과제를 주고 1시간 뒤 파워포인트 파일을 만들어 발표하게 하는 업무지식 평가도 한다. 예를 들어 인사 분야 지원자에게는 ‘성과주의 인사관리의 장단점’이라는 주제를 던지는 식이다.

 2차면접은 인성을 보는 임원면접과 원어민이 하는 영어 인터뷰다. 최종 선발되면 거의 100% 원하는 부서에 배치된다.
 귀띔 하나. 이런다고 반드시 합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휴대전화 끝자리 번호를 3002(삼천리)로 바꿔 보라. 선발 담당자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 실제 삼천리에는 이런 번호를 가진 직원들이 많다.

글=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Q & A

 Q : 올해 채용 계획은.

 A : 9월에 대학 순회 설명회를 하면서 지원서를 받기 시작한다. 10∼11월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20∼30명을 선발한다.

 Q : 급여는.

 A :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3400만원. 여기에 고과에 따라 월 기본급의 100∼250%인 성과급이 붙는다. 연봉제가 아니라 호봉제를 하고 있다.

 Q : 전공을 가리나.

 A : 전공 제한은 없다. 그러나 선발 때 관련 직무 지식을 많이 평가하기 때문에 기술직이라면 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기계·화공 전공자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Q : 복장 규정이 있나.

 A : 정장을 해야 한다. 금요일도 예외는 없다. 도시가스사업은 조금만 소홀해도 큰 사고를 부를 수 있어 늘 정신을 차린다는 뜻에서 정장을 한다. 다만 여름철인 6월에서 8월까지 남성 직원은 넥타이를 하지 않도록 한다. 더위를 덜 느끼게 해 냉방을 덜 하려는 목적이다.

 Q :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많은가.

 A : 지금은 그렇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지사와 일본 도쿄사무소에 관리자 한 명씩만 나가 있다. 최근 해외자원 개발 사업을 하면서 이쪽 담당은 해외출장을 많이 가는 편. 앞으로는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할 것이다.

 Q : 출퇴근 시간은.

 A : 부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7시∼7시30분 퇴근한다.

 Q : 지방에서 일할 수도 있나.

 A : 사업장이 서울 여의도(본사)와 인천, 경기 수원·부천·군포에 있다. 모두 수도권이어서 다른 지방근무는 없다.

신입사원

이유도 참 유별났다. 대학 때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배운 까닭을 “육지보다 바다가 더 넓은데 뭍에서만 살기는 억울해서”라고 말했다. 역시 학생 시절 커피숍·고깃집·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이유도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서’ 같은 게 아니라 “학교에만 있으면 또래밖에 못 사귀지만 밖에서는 별별 사람을 다 만날 수 있으니까”란다.

올 1월 삼천리에 입사한 중부지역본부(경기 군포) 기술영업팀 김진수(27·사진)씨. 그는 이렇게 대학 시절 온갖 경험을 찾아 나섰다. 여기에 ‘삶은 즐겁게’라는 자신의 철학이 더해져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어서는 비올라를 배웠고, 인도 배낭여행도 했다. 삼천리 면접 때는 자기소개 순서에서 느닷없이 노래를 불렀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신용카드 광고 노래 가사를 살짝 바꿔 ‘인생을 즐겨라’를 ‘일을 즐겨라’라고 했다. 그리곤 “일을 즐기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는 설명을 붙였다.

 공학도(서강대 화공과)지만 삼천리에 들어와서는 영업을 맡았다. 김씨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일이었고, 그에 더해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일이기에” 영업 쪽을 택했다고 한다. 경기 군포와 인근 지역 공장·빌딩 등을 돌아다니며 기존 설비를 도시가스로 교체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 설명하는 게 지금 그의 일. 아직은 선배들과 같이 다니며 일을 배운다. 수영을 좋아하는 잠재(?) 고객을 만나서는 스킨스쿠버 얘기를 하며 가까워지는 등 대학 때의 다양한 경험 덕도 본다고.

 그는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도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충고했다. “대학 시절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해봤던 저보고 친구들은 ‘그러지 말고 전공 공부 착실히 해 전문성을 키우라’고 했지요. 하지만 요즘처럼 기업이 수시로 새 사업을 찾아나설 때는, 저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어떤 상황이 닥쳐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은 사람이 더 큰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권혁주 기자

삼천리는

▶창립 : 1955년

▶ 사업 분야 : 도시가스 공급, 열병합 발전설비 설치, 집단에너지 공급, 해외 자원개발 등

▶2006년 경영 실적
-매출 : 1조7800억원
-영업이익 : 580억원
-당기순이익 : 530억원

▶본사 : 서울 여의도

▶직원 수 : 770명

▶ 계열사 : ㈜삼탄, 삼천리제약, 삼천리ENG 등

▶주요 연혁

-1955년 : 삼천리연탄공업사 창립
-76년 : 거래소 상장
-82년 : 경인도시가스 인수
- 84년 : 삼천리로 이름 바꾸고 경인 도시가스 흡수 합병
-90년 : 삼천리 기술연구소 설립
- 2005년 : 창립 50주년. 해외 유전개발 사업 시작(예멘 39광구)
-2006년 :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합작해 집단에너지 사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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