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아전인수 해석… 안정론(대선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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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수당서 집권땐 정부일 제대로 못해”민자/“국회 의석수보다 대화합 능력이 열쇠”민주/“정권잡으면 정계개편,다수당될 자신”국민
『여당이 관반수에서 약간 모자랐던 여소야대 때도 무정부 상태였지 않습니까. 그런데 3분의 1도 못되거나(민주당),10분의 1을 겨우 넘긴(국민당) 정당이 집권하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습니까.』(김영삼민자당후보)
『여소야대가 하루아침에 거여소야로 바뀐 다음에 민자당이 한 일이 뭐가 있습니까. 허구한날 대권 집안싸움만 벌여 정치·사회가 더 불안해졌습니다. 안정의 열쇠는 국회의원 머리수가 아니라 화합능력입니다.』(김대중민주당후보)
『안정,안정하는데 양김의 썩은 정치를 그대로 두는게 안정입니까. 내가 집권하면 양김은 몰락해요. 그러면 그 밑에 있던 인재들이 구름처럼 국민당으로 몰려들어 원내 과반수는 문제 없어요.』(정주영국민당후보)
안정론을 둘러싼 2김 1정의 말싸움이다. 각 후보는 『안정을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하고 내가 되면 어떻게해서 안정을 이루겠다』고 홍보하는데 많은 시간과 정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소수당에서 대통령이 나와도 괜찮을까. 다수당이 맡는다면 저절로 안정이 되는걸까. 유권자들은 무척 궁금하다. 현재 민자·민주·국민당의 의석수는 1백62,95,37(새한국당 포함)이다.
김영삼후보가 안정론을 위해 애용하는 메뉴는 부시 미 대통령 낙선과 여소야대 시절의 혼란상이다.
김 후보는 유세때마다 부시 미 대통령이 건강문제와 의회 과반수확보 실패로 떨어졌다는 얘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부시가 국내의 저명학자·전문가들과 상의해 경제회복 방안을 만들었으나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가 번번이 반대했다. 부시는 「의회 때문에 일 못하겠다」고 투덜댔다.』
그러면서 그는 13대국회 전반 여소야대시절을 냉정히 돌아보자고 제안한다. 정부가 허약한 틈을 타 최루탄·화염병이 거리를 뒤덮고 부산 동의대 사태로 경찰관이 불타 죽었는가 하면 노사분규의 격화로 경제가 얼마나 휘청거렸느냐는 것이다.
김 후보는 『6공은 첫 단추부터 잘못끼워졌다』고 잘라 말한다.
김 후보는 혼란도 혼란이지만 「효율」도 지적한다. 집권당이 소신껏 정책을 펴자면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켜 주어야 하는데 과반수에 미달하면 사사건건 되는 일이 없거나 야당의 인기작전에 국정이 혼선을 겪는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여소야대 경험을 예시해 안정논리를 뒷받침하고 자신의 3당합당 변절시비도 방어하는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다.
김대중후보는 이 대목을 거꾸로 파고든다. 여소야대 시절엔 그래도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원칙있는 안정」이 유지됐는데 3당합당으로 이 부분이 완전히 물구나무 섰다고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은 예를 들어 이런 수치를 내놓는다. 여소야대 때엔 여야가 합의통과시킨 법안이 84건이고 날치기는 한번도 없었는데,3당합당 이후엔 합의가 30건에 불과하고 날치기가 77건이나 됐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유세장에서 『민자당이 33개월동안 3분의 2를 넘는 의석을 가지고 과연 무슨 일을 했는가』고 묻곤 한다. 『민자당은 국민을 무시한채 금융실명제를 무산시키고,대규모 정권말기 의혹사업을 추진하고 자치단체장선거를 연기했으며 농촌과 중소기업을 망쳐놓았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안정확보 방법으로 「대화합」정치와 거국내각을 제시하고 있다.
김 후보는 『정국안정은 의석수가 아니라 사회적 모순·갈등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 당은 이를 감싸고 치유할 능력이 있다. 나는 집권하면 민자·국민당을 포함하는 거국내각을 만들어 적어도 2년동안은 정치휴전을 이루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민자당은 이를 허구적인 사탕발림이라고 공박한다. 남이 정권을 잡고있을 때는 반대의 논리만 갖고 끝없는 정쟁을 일삼은 사람이 자기 집권때는 휴전하겠다는 것이야말로 김대중후보의 진면목이라는 것이다. 원칙 없이 자기의 이·불리에만 맞추어 정치를 해온 김대중후보가 과반수 확보에 실패,정국불안이 심해질 것을 알고 자기도 실천하지 못할 헛소리를 남에게 강요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김대중후보는 『만일 민자·국민당이 거국내각에 안들어오면 정계개편을 해 안정세력을 만들겠다. 두 당은 대선을 바라보고 만든 정당이므로 패배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김영삼후보나 민자당은 이를 다시 반격한다. 민주·국민당이 과반수를 얻으려면 각각 55석,1백13석이나 늘려야 되는데 민주·국민당이 3당합당 후의 민자당 분란을 비판했던 현실이 새 정권에서도 똑같이 재현돼 안정은 물건너 간다는 것이다. 민자당 의원의 체질로 봐 민주당이나 「재벌당」에 가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정 후보는 『나는 항상 꿈을 실현시켜 왔다』고 말한다. 정 후보는 양김몰락→국민당 중심 정계개편→과반수 확보가 필연적인 사태발전이라고 주장한다.
정 후보는 『우리나라 여당은 정권을 손에 쥔 사람이 만들었다. 자유당(이승만)·공화당(박정희)·민정당(전두환)·민자당(노태우와 김영삼)을 보라. 내가 집권하면 국민당은 다른세력을 흡수해 거대여당이 된다. 1백70석은 문제없다』고 「헤쳐모여」를 외친다. 안되면 재력을 동원해서라도 다수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각 후보의 입에서 나온 서로 다른 「안정」논리를 유권자들이 어떻게 구별해낼지 궁금하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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