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원자로 폐쇄 왜 3주 걸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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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다녀온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미 CNN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3주 내 북한 영변 원자로 폐쇄 가능" 발언을 하고 있다. 이는 북핵 폐기 초기 조치의 이행이 낙관적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힐 차관보가 언급한 '3주'는 북핵 시설을 폐쇄하고 봉인하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우선 북핵 시설을 3주 안에 폐쇄.봉인하려면 북한의 협조가 중요하다. 1993년 1차 핵위기 때는 북한이 일부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을 거부하거나 폐쇄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해 마찰이 생겼다. 이번에도 의견 차이가 생기면 3주 내 폐쇄는 불가능하다. 북한은 23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힐 차관보의 방북 결과를 "포괄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핵 시설의 폐쇄.봉인을 3단계로 예상한다. 1주차에 해당하는 1단계에서는 폐쇄.봉인할 핵 시설과 핵 물질을 결정하고 절차를 확정한다.

폐쇄 대상에는 영변 핵단지 안에 있는 5MW 원자로와 건설 중인 50MW 원자로,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방사화학실험실, 원자로에 사용할 핵연료 제조 시설, 5MW 원자로에 장착된 핵연료,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 북한이 가진 플루토늄 같은 핵물질이 포함된다.

이 같은 핵 시설은 IAEA가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보관 중인 핵물질에 대해서는 북한과 IAEA 사이에 입장 차이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 핵물질이 이번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2주차에 해당하는 2단계에선 실질적인 폐쇄와 봉인이 이뤄진다. 이 단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5MW에 장착된 핵연료다. 이 원자로는 현재 가동 중이어서 핵연료에서 많은 방사능이 나온다. 따라서 원자로 가동을 중단시킨 뒤 일주일 가량 냉각 기간이 필요하다. 핵연료가 냉각되면 방사능도 줄어든다. 원자로에 장착된 핵연료 외 나머지 시설들에 대해서는 이때부터 폐쇄.봉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마지막 3주차에는 냉각된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분리해 봉인하고 감시장치를 설치한다. 북한의 핵연료는 품질이 떨어져 오염이 심하다. 그 때문에 봉인 작업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과거 5MW 원자로에서 나온 8000여 개의 핵연료를 봉인한 경험을 갖고 있어 일주일 정도면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빅터 차 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94년의 경험이 있어 8~10일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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