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서 제작중 YS홍보책자/상대 “비방” 말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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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대중씨 주사파관련 암시/정주영씨 노동자핍박 묘사/민자당선 “법정홍보물” 주장
민자당이 제작중인 김영삼후보의 홍보책자에 민주당 김대중후보가 북한과 연관이 있다는 암시를 주고 국민당 정주영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이 포함돼 물의를 빚고 있다. 또 경기도 성남시 일원에는 같은 내용의 비방유인물이 대량 배포돼 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비방책자=11일 오후 3시쯤 서울 초동 35 세한인쇄사(사장 김인엽)에서 인쇄중이던 민자당 김영삼후보의 홍보책자에서 「민주당은 색깔을 분명히 밝혀라」라는 제목으로 민주당 김대중후보가 주사파·북한과 연관돼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을 민주당이 적발했다.
20쪽짜리 이 홍보책자에는 김대중후보가 말 두마리 위에 양다리를 걸치고 올라탄채 한손에는 「뉴DJ」라고 적힌 가면을,다른 손에는 주사파·전국연합·○○협의 깃발을 들고 있는 만화가 그려져 있다.
김 후보가 탄 말의 뒷부분과 왼쪽에는 북한의 인공기가 그려져 있으며 북측이 『야당후보를 당선시켜 우리의 통일전선을 형성할 것이며…』라고 방송하는 문구도 적혀있다.
정주영후보에 대해서는 정 후보가 「국민주권도 돈으로 사라」고 지시하면서 현대직원들의 목에 밧줄을 매 채찍질하며 끌고가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세한인쇄사측은 『이틀전인 9일 오후 민자당 선전국에서 인쇄내용이 담긴 도안을 갖고와 최대한 빨리 10만원권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책자는 서울 충무로 일대 8개 인쇄소에서 89만원,경기도 김포군 김포읍 한진정판사에서 60만권 등 서울·경기일대 10여개 인쇄소에서 1천만원을 제작중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경기도 김포경찰서는 민주당측의 신고에 따라 한진정판사에서 인쇄가 잘못돼 버려진 파본 2만권을 압수했다.
비방유인물이 발견되자 민주·국민당 당원과 공정선거감시단 대학생 등 2백여명이 오후 4시쯤 세한인쇄사 앞으로 몰려가 『흑색선전 자행하는 민자당은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선관위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민주·국민당 당원들은 『민자당이 유인물을 불법유출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인쇄소마다 10여명씩 나눠 철야로 감시활동을 펴기도 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유인물 내용이 선거법 허용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며 12일중으로 정확한 유권해석을 내리겠다』고 밝히고 『경찰과 협조,인쇄물이 밖으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또 대검은 경찰에 책자의 외부반출금지 지시를 내리고 『선관위에서 위법으로 판정될 경우 수사에 나서 압수수색·관계자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자당측은 『이 책자는 정상적인 법정홍보물로 14일까지 1천만권을 인쇄해 선관위의 내용검토를 받고 배포할 예정이었으며 내용은 안기부가 이미 발표한 것으로 문제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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