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상태 따라 ‘걷기 비법’ 따로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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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05면

당뇨 환자는 걷는 도중 사탕·초콜릿을 먹어 저혈당을 방지해야 한다. 사진은 5월 열린 ‘당뇨가족 걷기대회’ 모습. 성동구청 제공

걷기는 혈압과 혈당을 낮추고 뼈와 관절을 튼튼히 해주기 때문에 만성질환자에게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만성질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무시하고 무리하면 오히려 병이 악화되기도 한다. 심장이나 뇌에 이상이 있는 데도 이를 모르고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걸으면 위기상황이 올 수도 있다.
40대 이상이면 최소한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고 자신의 신체 특성에 맞도록 걸어야 한다. 병이 있으면 걷기의 강도와 시간에 대해 주치의의 지도를 받는 게 좋다.

만성질환이 있다면

당뇨병
한 번에 15분 이상, 하루 30분~1시간 1만보를 걷는다. 이는 당뇨병 환자가 걸리기 쉬운 심장병의 발병률을 뚜렷이 낮춘다.
당뇨병 환자는 식사 후 1~3시간 사이에 다른 사람과 함께 걷는 것이 좋다. 운동 전후에는 혈당을 체크한다. 인슐린 펌프를 이용하고 있다면 운동 중에는 인슐린 용량을 낮춘다. 항상 초콜릿·사탕·비스킷·주스 등을 갖고 다니며 1시간 이상 걸을 때에는 도중에 간식을 먹어 저혈당을 방지한다. 발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양말을 신은 상태에서 크기가 맞고 편안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당뇨병 환자들이 걷기 전 혈당을 체크하고 있다.

고혈압
일반적으로 운동을 할 때는 혈압이 올라가는데 고혈압 환자가 운동을 하면 상승속도가 빨라진다. 따라서 운동 강도를 낮게 조절해 천천히 오래 걷는 것이 좋다. 1시간에 4~6㎞ 걷는 것이 적당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걷고 가슴이나 머리에 조금이라도 이상 신호가 오면 병원을 찾는다.

관절염
초기 관절염 환자에게 걷기는 더없이 좋은 운동이지만 중기 이상으로 넘어가면 걷기보다는 수중운동이나 자전거 타기 등 몸무게가 덜 실리는 운동이 좋다.
초기 관절염 환자는 적절한 신발과 양말을 신어 관절 충격을 최소화한다. 시멘트나 아스팔트 위에서 걸으면 충격이 관절에 그대로 전달되므로 가급적 부드러운 흙 위를 걷는 것이 좋다. 걷기 시작할 때 통증이 심해지므로 걷기 전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관절 부위를 풀어야 한다.
관절염이 심해지면 땅보다는 물속에서 걷도록 하며,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나서도 수중 걷기를 먼저 해서 익숙해지면 땅에서 걷는 운동을 시작한다.
몸무게가 지나치게 많이 나가면 걷기도 관절에 무리가 갈 수가 있다. 수중 걷기나 수영 등으로 몸무게를 줄인 다음 걷는 것도 방법이다.

심장병 환자
평소 심장기능이 약한 사람은 운동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래도 운동을 해야 한다. 걷기는 가장 좋은 운동이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도 운동하는 것이 좋다.

요통 환자
상체를 많이 구부리고 걷든지 심하게 몸을 흔들며 걸으면 요통을 악화시키므로 아니 걷는 것만 못하다. 등을 펴고 배를 잡아당긴 채 바른 자세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걷기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은 한 달 동안 매일 아침에 10∼20분 산책한다는 생각으로 집 부근을 가볍게 걷는다. 이후 1주일에 10분 정도씩 운동시간을 늘려간다.

골다공증 환자
골다공증에 걷기가 좋은 이유는 걸으면 뼈에 체중이 실려 조골(造骨)세포의 기능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경사가 낮은 언덕을 오르는 것을 포함해서 천천히 오래 걷도록 한다. 낙상 사고에 유의한다.

자기 몸에 맞는 즐거운 운동 찾아라

걷기가 유일무이한 운동은 아니다. 걷기보다 다른 운동이 좋은 사람이 있고 걷고 싶지만 못 걷는 사람도 있다.
달리기가 좋은지, 걷기가 좋은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해답은 없다.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의 몸이 운동으로 단련돼 웬만한 운동에 부상할 염려가 없다면 걷는 것보다 뛰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 걷기 열풍이 이는 것은 비만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걷지 않고 뛰면 병원은 운동 때문에 부상한 환자로 꽉 차게 된다.
골프나 조기축구, 자전거 타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몸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면 굳이 걷기로 바꿀 필요가 없다.
다만 국제비만연구학회(ISAO)는 “매일 걷기를 포함해 30분 정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매주 2~4회 별도의 운동을 같이하면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다리와 발의 근육과 인대 등에 문제가 있으면 체중이 실리는 걷기보다는 실내자전거 타기, 수중운동 등이 적당하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초기에는 걷기가 좋지만 중기 이후에는 수중운동과 체중이 실리지 않는 근력강화운동을 하도록 한다. 발목이나 발가락의 관절에 이상이 있거나 발바닥의 힘줄이 손상된 ‘족저건막염’ 환자도 오래 걸으면 안 되고 실내자전거 타기가 더 좋다.
당뇨병으로 발이 썩은 족부괴사 환자는 걷고 싶어도 걷지 못하는 대표적인 경우.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됐어도 걷기보다는 근력운동이나 수중걷기, 실내 자전거 타기 등으로 발에 상처가 날 위험을 줄여야 한다.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걷다가 한쪽이 잘 안보이거나 현기증·가슴통증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멈추고 의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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