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시어머니 대신 유세지원(대선후보 내조24시:5·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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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주영후보 며느리 정몽준의원의 부인 김영명씨/새벽 3시 기상… 유권자 찾아다녀/정 후보 외국귀빈 만날땐 통역도
『아버님께서 그동안 잘 이끌어오신 대가족 덕을 요즘 톡톡히 보는것 같습니다. 저희 며느리들이 시장을 돌며 아버님에 대한 지지를 부탁드리면 대부분 「아유,며느리들두 고생 많네」라며 반겨주시고,이렇게 가족들이 직접 선거운동을 하면 효과도 훨씬 크다며 분명히 당선되실거라고 격려도 해주시거든요.』
2년째 병원생활중인 국민당 정주영후보 부인 변중석여사(71)를 대신해 선거유세에 발벗고 나선 정 후보의 일곱 며느리들 가운데 정 후보의 공식수행을 도맡다시피하는 여섯째 며느리 김영명씨(36). 어김없이 매일 오전 5시에 시작되는 정 후보의 아침식사에 여섯 아들과 일곱 며느리가 총집합한다는 사실 때문에 며느리들 시집살이가 너무 고되겠다느니 하는 항간의 이야기에 대해 『아버님의 진심과 실제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어이없어 한다.
처음 얼마동안은 일찍 일어나는게 힘들어도 금세 익숙해질뿐더러,그 덕분에 이 바쁜 현대생활속에서도 가까운 형제·동서들이 자주 만나 우애와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이번 선거에 정 후보의 계수며 조카며느리들까지 솔선해 정말 열심히 뛰는 것도 평소의 이같은 집안분위기 때문이라며 김씨는 정 후보의 「뛰어난 가장역할」을 자랑한다.
정 후보의 첫 며느리가 타계한 이래 평소에는 둘째 이정화씨(53·정몽구현대정공회장 부인)가 맏며느리 역할을 하는데도 이번 선거에서는 김씨가 시어머니 대역으로 지목되는 이유를 『남편(정몽준의원)의 선거운동 뒷바라지 경험때문일 것』이라고 김씨 자신은 설명. 그는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딸로 미국 웰슬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정 의원과 결혼한뒤 아메리칸대에서 미술 석사학위를 받았다. 선거지원 유세뿐 아니라 국민당 지구당 위원장 부인들 모임인 「국민봉사회」 일원으로 당무에 참석하며,정 후보가 외국 귀빈들과 만나는 공식석상에서 간단한 통역을 맡는 등으로 숨돌릴새 없는 그를 돕기위해 친정어머니가 자녀들(1남2녀)을 돌봐주신다며 고마워한다. 교육배경과 외국어실력,1m70㎝쯤 되는 키에 세련된 매너 등으로 정 후보의 청와대행이 이뤄질 경우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대통령부인 대행감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그는 『무슨 그런 말씀을…』이라며 겸양을 보였다.
지난달 20일 대선공고와 함께 정 후보의 며느리 우경숙(41·금강개발회장 몽근씨 부인)·이행자(47·몽우<사망>씨 부인)·현정은(37·현대전자회장 몽헌씨 부인)·김혜영(32·현대해상화재보험사장 몽윤씨 부인)·권준희(29·국제종합금융전무 몽일씨 부인)씨 등 7명과 딸·계수·조카며느리 등 「정주영가의 여인들」 24명 가운데 특별한 사정이 생긴 2명을 뺀 22명은 국민당사에서 선거법 공부를 마치자마자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순례로 득표행진을 시작했다.
다음날 인천에서 벌어진 정 후보의 첫 유세에서는 며느리 전원이 유세장 입구에서 줄지어 합동인사를 한뒤,부근 전철역과 상가를 돌며 「저희 아버님 정 후보께 한표」를 온종일 당부했다. 계속해서 며느리들은 각자 연고지역·종교·출신학교에 따라 종교행사·동창회·사회단체 등을 찾아다니는 틈틈이 각지방 시장돌기 유세에 여념이 없다.
그 가운데 김씨는 남편이 국민당 부산지역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어서 주로 부산지역 시장과 약수터·등산로 등을 누빈다. 새벽시장을 도는 날은 오전 3시에 일어나 미처 피곤이 가시지 않은 몸을 간단한 맨손체조로 풀고 집을 나서지만,너무 고단해 못견디겠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고.
정 후보의 건강이 정말 괜찮으냐고 묻자 『가까이서 지내본 사람들은 아무도 그런 걱정 안합니다. 결코 약한 편이 아닌 제 남편보다도 피곤한 기색이 없으신걸요. 사실상 아버님이 출마선언을 하셨을때도 건강때문에 걱정한게 아니라,평생 그렇게 힘든 일 많이 하셨으니 이젠 편안히 쉬시게 해드려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었어요.』
김씨는 최근의 국민당과 현대사태에 관해 묻자,후보의 공약내용과 인물됨됨이를 비교해서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대통령을 뽑아야 할텐데 요즘 선거분위기는 초점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워낙 부지런하신 아버님께서 대통령이 되시면 공무원들은 좀 걱정스러울지 모르지만(웃음),남들이 15년에 할일을 5년내 해 내실거라고 확신합니다.』
정몽준의원이 13대 국회의원 선거때 내세웠던 10가지 공약들을 모두 지켜 14대때 재선될 수 있었던 것도 약속과 신뢰를 무엇보다도 중요시하는 부친인 정 후보의 독려와 지원 덕분이었다고 덧붙이는 김씨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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