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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김청산·금권추방 “한목소리”/군소후보들은 「2김1정」과 천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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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신한국론 거센 비판… YS 집중 성토 이종찬/3당 융단폭격속 「CY 돈선거」 맹공 박찬종/“광주정신 버린 사람” DJ공격에 체중 백기완
14대 대선이 김영삼·김대중·정주영후보의 3파전 양상으로 압축되면서 나머지 5명의 주자들은 선두 3명을 향해 나름의 화살을 날리고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요즘 「양김청산과 금권정치 추방」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5인과 2김1정 사이에는 미묘한 「천적관계」가 형성돼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종찬후보는 유독 김영삼후보를 맵게 공격하며,백기완후보는 김대중후보쪽을 더 아프게 비난한다. 그런가하면 박찬종후보는 정주영후보를 비판하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2김1정으로서야 이러한 군소후보들의 공세가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다. 정면대응하자니 정작 다른 강적에게 배면을 노출하는 셈이되고 묵살하자니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이종찬후보는 포문을 주로 김영삼후보에게 갖다대며 정주영후보를 슬쩍 슬쩍 건드리고 있다.
『어느 후보가 한국병 운운하는데 국민들이 모두 환자냐,이러한 후보야말로 「대통령병 환자」』(5일 충북유세)라며 김 후보의 「신한국론」을 공격한다. 정부의 현대수사가 전개되자 『재벌이 돈으로 권력을 사려는 것도 잘못이지만…』이라고 국민당의 금권선거를 비난하면서도 『민자당을 돕기 위한 정부의 편파수사』라고 현승종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등 공격의 주과녁을 민자당과 정부에 두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김대중후보에 대해선 관대한 편이다.
기껏해야 『지역감정을 바탕으로한 양김정치 청산하자』(7일 강원유세) 정도며 김대중후보에게 직격탄을 쏘는 경우는 없었다.
이때문에 이 후보가 막판에 김대중후보의 손을 들어줄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그렇지만 그는 『지지세력이 늘어나고 있는데 남의 당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9일 경북유세)고 중도사퇴설을 부인했다.
○…박찬종후보는 이종찬후보와 달리 원칙론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사안별로 「3강」을 매섭게 비판해 유권자들의 호응이 만만치 않다.
『3당 후보들이 금융실명제를 외치는 것은 도둑이 도둑을 잡겠다고 나서는 꼴』(강남역 유세),『낡고 늙은 경상도·전라도 지도자와 돈으로 권력을 사려는 후보』,『망국적 지역감정을 가진 후보,국정전반에 식견이 모라자는 후보,말을 수시로 바꿔 믿을 수 없는 후보』(5일 부산유세) 등 선두 세후보에 대해 융탄폭격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는 『정 후보가 대통령자리에 미련을 못버리는 것은 과거 자신이 권력에 빌붙어 굽신거렸던데 대한 보상심리 때문』(9일 경남유세),『신성한 주권을 돈으로 매수하려는 증거가 명백히 드러난 정 후보는 즉각 사법처리돼야 하고 정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8일 광주유세)는 등 정 후보쪽 발목잡기에 좀더 비중을 두는 느낌이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결과 정 후보의 지지도가 상승기류를 타면 박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즉 양김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표를 놓고 양자가 다투기 때문.
○…무소속 백기완후보는 『김영삼후보는 국민을 배신하여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야반도주한 사람,김대중후보는 광주민중항생 정신을 저버린 대통령병 환자,정주영후보는 정부의 특혜로 치부한 장본인』(7일 이리유세)이라며 3자를 매섭게 공격한다. 그런중에도 김대중후보 대목에 이르면 손길이 더욱 매워진다.
『김대중씨는 광주학살의 원흉들과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될 사람 밀어주자」는 논리하에 김대중씨를 지지하는 것은 억울하게 죽어간 광주영령들에 대한 배신이자 모독』(8일 광주유세),『내가 김대중씨의 표를 갉아먹고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실제로는 나에게 올 표를 민중들의 눈을 흐리게 해 그가 빼앗아 가고 있다』(종로성당)고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진다.
백 후보는 스스로 「민중후보」임을 내세우면서 재야·학생운동권 PD계열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 김대중후보의 표밭과 상당부분 중첩된다는게 정설로 돼있다.
김대중후보로선 당연히 「사퇴해주었으면…」하는 심정일 테지만 백 후보는 10일밤 TV유세에서 『누가 사퇴해야할지 TV토론하거나 합동유세를 갖자』고 제의할 정도로 일축하고 있다.
백 후보는 정주영후보에 대해서도 『부동산투기를 일삼고 해고·구속·납치·곤봉테러까지 자행해가며 노동자를 착취해왔다』 『정씨가 3조원을 합법적으로 모았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5일 부천유세)이라는 등 공격 일변도다.
○…대한정의당 이병호후보와 무소속 김옥선후보는 딱히 주공대상은 없이 3당 후보 모두 「구시대 정치인」으로 치부,「새정치시대」 「법과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 등을 내세우고 있다.
김옥선후보는 『두김씨는 정권에 탐욕스럽고 정씨는 금권으로 대통령을 사려한다. 이런 사람들을 대통령에 선출하면 매관매직만 일삼을 것』(9일 경기유세)이라고 2김1정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이 두 후보는 일단 금권선거로 정 후보를 공격하지만 그와 똑같은 강도로 양김씨에게도 화살을 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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