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축자금 비상관리/돈사정 어려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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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장들 직접나서 일일 점검/급전요청 없이 의외로 담담
당국의 「비자금」수사 계속으로 금융한파가 몰려들면서 현대그룹의 자금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그룹은 일단 주요계열사 자금 담당자들의 피신·구속으로 자금운용인력에 공백이 생겨 비상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자금거래선을 잘 모르는 경우 등이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자사 등 금융권도 현대계열사의 부도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대가 미리 자금을 비축해 놓은듯 아직은 급한 구원요청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대계열의 중공업·종합목재·건설·정공·자동차써비스 등은 자금인력에 공백이 생긴 탓으로 자금의 유통과정을 모르는 경우가 생겨 우왕좌왕하는 사태가 생기고 있다.
당장 자금이 없는 것은 아니나 실무자들이 자금을 어디에 넣어두었고 어떻게 융통해야 할지를 모르는 일이 생기곤 한다는 것.
각사는 이에 따라 전임 재정부장 등을 긴급 차출,자금운용라인을 재가동시키는 한편 사장들이 자금사정을 일일 점검하고 정세영회장실에 매일 모여 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하청대금 지급 등에 필요한 그룹의 하루 자금수요는 2천억∼3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기업의 자금사정이 가장 민감하게 반영되게 마련인 단자시장에서는 현대사태는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현대측 움직임이 의외로 담담해 자금에 쫓기는 흔적은 나타나지 않는 상태.
현대그룹에 대한 단자사 여신은 어음보증을 합쳐 1조4천억원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국의 전면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정상적인 자금결제를 할뿐 아니라 추가여신 요청은 전혀 없다는 것.
그러나 정작 전전긍긍하고 있는 쪽은 단사자쪽으로 특히 현대가 당국에 대한 반격작전의 하나로 계열사중 한두곳을 고의 부도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만의 하나 현실로 나타날 경우 입게될 엄청난 타격 때문에 현대측 동정 파악에 분주한 움직임. 단자사관계자들은 그러나 현대계열사 대부분이 상호입보로 얽혀있기 때문에 한곳이 부도가 나면 다른 게열사로의 파급영향이 커 현대가 이런 모험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관측.
○…현대는 지난 10월 중개어음으로 2천억원이상을 조달하는 등 자금을 비축해 왔고 현대중공업의 경우만 올 당기순이익이 2천7백억원에 이르고 있어 「실탄」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현대가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별도의 자금을 끌어대지 않더라도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
그러나 사채시장에선 A급으로 분류된 현대계열사 발행어음 할인금리가 최근 월1.4%에서 2%로 오르고 일부 중개업소는 어음할인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도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본점심사부 현대종합반이 매일 밤늦게까지 대기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은행측은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현대건설·현대종합목재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고 있으나 현재까지 별무리없이 자금이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
외환은행측은 또 올봄 현대그룹에 대한 금융제재이후 현대그룹의 일부거래가 외환은행을 제쳐두고 이번 비자금조성과도 관련된 신한·한미은행을 비롯,보람·하나은행 등 신설은행쪽으로 옮겨간데 대해 섭섭해 하는 눈치.
○…증권업계도 지난 총선때 현대그룹이 당국의 세무조사 등에도 불구,별다른 자금위기없이 잘 넘기는 등 「실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집중조사를 받더라도 부도 등 경영상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
현대계열사 주식은 당국의 「비자금」수사가 계속되면서 지난 1일이후 6일동안 하락세였으나 8일에는 거의 전 종목이 다시 상승세로 반전.
증권업계는 오히려 현대그룹의 「심리적인 위축」을 문제로 지적,『단기적인 경영위기는 없겠지만 임직원들이 아무래도 동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회사분위기를 단시일내에 되살리기가 어렵고 따라서 후유증은 상당히 오랜기간 남게될 것』으로 보고 있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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