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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대추 넣고 통채로 달여야 제맛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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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금년도 귤은 풍년이라 한다. 덕택에 다른 과일보다 달콤하고 새콤한 감귤을 실컷 먹을 수 있게 됐다. 20년전만해도 귤은 그야말로 금값이라 아무 때나 만만치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시 귤재배 적지였던 서귀포농민들은 나무 열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교육까지 시킬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고려시대 명종 때의 문인 이규보의 시를 읽다보면 예부터 귤은 귀한 과일로 간주됐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옛 시「감귤선물에 화답하다(화사감)」에서 『부쳐준 감귤 주먹에 가득할만하고…』라 했으니 감귤크기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것 같다. 또 『나 역시 귤감 몇개 안되지만 바다를 건너왔는데도 향기남아 있는 것 사랑해서라오…』라 한걸로 보아 귤의 산지가 천리남쪽 탐라섬이었음을 알 수 있고 아이들이 진귀한 과일을 놓고 서로 다투었다고 적혀있다.
이처럼 예부터 친근한 과일이었던 감귤은 국산차가 개발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껍질을 말려서 귤차를 만들어 마셨고 촉촉한 껍질로는 피부마사지를 하기도 했다. 또 순귤차를 감기예방과 치료 등 건강음료로도 사용하고 있다.
필자의 어머니도 자주 활용하시는 귤차는 먼저 깨끗이 씻은 귤 서너개를 통채로 넣고 생강과 대추 몇알을 넣은 다음 물을 부어 달이도록 한다. 알맞게 우러난 귤차는 보온병에 담아두고 따끈한 상태로 마시면 된다.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고 질질 끄는 감기에 따뜻한 귤차를 수시로 음용하면 정말이지 감기가 신통하게 떨어진다.
감귤재배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서귀포는 남국의 흥취를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도시다. 이곳은 기후가 따뜻해 동백꽃이 피는가 하면 갖가지 아열대식물이 무성하다. 영봉 한라산에 백설이 덮여있는 모습을 보면 문득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느낌까지 든다. 서귀포주변에는 해안절벽이 병풍처럼 자리잡고 있는 중문해수욕장, 23m높이에서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정방폭포, 은어가 서식한다는 천제연폭포, 천연기념물 무태장어가 있는 천지연 폭포 등은 낭만이 가득찬 서귀포의 명소다.<연호탁·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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