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은 라이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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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상품마다 그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라이벌제품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제품들은 과거 미원이나 미풍처럼, 아니면 현재 가전3사의 세탁기처럼 열띤 판매경쟁을 벌인다.
좀더 나은 매장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이 판촉사원들간에 충돌로 이어지는가 하면 자사제품의 장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광고는 곧잘 상호 비방전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그런데 스포츠음료의 대표적 라이벌인 제일제당의 게토레이와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는 왠지 이 같은 불협화음이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업계 사람들은 그 이유를 『상품도 사람처럼 나이가 있다』는 말로 설명하는데 사람과는 정반대로 상품은 젊어서는 사이가 좋다가도 늙으면 서로 싸운다는 것이다.
기존시장에는 없는 신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야 그저 소비자들의 인식확대를 위해 판촉에 바쁘지만 일단 시장팽창이 더 이상 불가능한 포화 상태에선 한 회사의 매출액신장이 다른 회사의 매출액감소로 이어지는 「제로섬」현상이 빚어져 피나는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성장기단계에 있는, 즉 탄산음료가 판을 치는 기존 청량음료시장을 새로 파고 들어가야 하는 게토레이와 포카리스웨트의 입장에선 아직까지 적이 탄산음료지 상대방은 결코 아닌 셈이다.
더구나 게토레이가 기능을 강조하며 직장남성에게 소비계층을 맞추고 있는 것과는 달리 포카리스웨트는 분위기를 강조하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전략을 펴고 있어 서로 중복되기는커녕 서로 상대방의 취약점을 보완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 1백50%씩 성장하던 스포츠음료시장이 올 들어 70%성장에 그치고 내년에도 그 이하로 신장세가 둔화될 전망이어서 제품성숙기에 이르는 94∼95년께에는 게토레이와 포카리스웨트도 별수 없이 「늙어서 추한 모습」을 보일 것 같다.<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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