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열 증시' 돈줄 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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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통화 당국이 증시의 과열 조짐에 일제히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통화 당국은 전격적으로 시중 돈줄 죄기에 나섰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21일 "최근 증시의 가파른 상승은 상장기업들의 실적이나 경기 회복 속도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며 "시중 유동성이 지나치게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갈 곳 없는 투자자금이 증시로 과도하게 몰리는 것은 금융시장이나 거시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김 차관은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 등 주식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되는 쪽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세계 증시는 평균 15% 정도 상승했지만 서울 증시는 26%나 올랐다. 덩달아 시중 자금도 증시에 몰리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하루 만에 1조원 늘어나 지난 19일 15조원을 돌파했다.

20~21일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삼성카드 공모주 청약은 평균경쟁률 103대 1을 기록했다. 이날 몰린 5조9567억원의 청약 자금은 민간기업 공모주 청약 사상 최대 규모다. 증권사들의 신용거래 잔액은 올해 초 5000억원에서 20일 현재 6조6468억원으로 늘어났다.

통화 당국은 이날부터 전격적으로 시중 자금 죄기에 나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분기 중 우량 중소기업에 지원되는 총액대출한도를 2분기보다 1조5000억원 감소한 6조5000억원으로 줄이기로 의결했다.

총액대출한도는 올 1분기 9조6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줄어든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6조5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총액대출한도가 줄어들면 은행들은 축소된 금액만큼의 돈을 한은에 반납해야 한다. 한은 측은 "대출한도를 1조5000억원 줄이면 시중에 풀린 돈 가운데 약 36조원을 흡수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늘리는 상황에서 굳이 금융권의 중기 대출을 유도하기 위한 총액한도대출을 그냥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선 지난해 11월 지급준비율 인상에 이어 통화 당국이 또 한 차례 시중의 돈줄을 축소하는 것은 증시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간접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중금리는 총액대출한도 축소에 자극받아 크게 올랐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실세금리 지표인 3년 만기 국고채는 전날에 비해 0.06% 포인트가 뛴 연 5.32%에, 5년 만기 국고채도 0.09%포인트 오른 연 5.47%를 기록했다. 둘 다 연중 최고치다. 채권시장에선 시중금리가 꾸준히 오르는 가운데 금통위가 총액대출한도까지 축소한 것은 사실상 하반기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나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홍병기.김준현 기자

◆총액대출한도=은행이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주면 그 실적에 따라 한국은행이 낮은 금리(연 2.75%)로 대주는 정책금융 자금. 한은은 금융사에 빌려주는 이 자금 규모를 조절해 시중 통화량을 줄이거나 늘리는 정책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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