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보르도 LCD TV, LG전자 샤인폰… 히트상품 뒤엔 '중기기술' 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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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보르도' LCD TV는 광택있는 검은색 외관에 와인잔 모양의 부드러운 곡선을 살리는 디자인으로 지난해에만 240만대가 팔려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들어 소니.샤프 등 유수의 가전업체들이 이 '유광 검정' 컨셉을 따라올 정도로 시장을 선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기술적인 뒷받침이 없었다면 보르도 신화는 빛을 보지 못했을지 모른다. TV와 모니터 금형을 제조하는 제일정공은 2004년부터 '웰드리스 스팀몰드' 기술 개발에 나섰다.

고온의 수증기를 이용해 금형 외관에 나타나는 실 모양의 접합선을 없애주는 기술로 일본이 거의 독점해 온 분야였다. 제일정공은 기술진 5명을 일본 연수를 시키는 등 온갖 노력 끝에 고광택 금형 생산에 성공했다.

최근 판매량 200만대를 넘어선 LG전자의 '샤인폰'에도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숨어 있다. 광성전자는 지난해 초 LG전자한테서 스테인리스로 휴대전화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스테인리스는 고급스럽고 촉감이 좋지만 빈틈없는 모양을 만들기 어렵다. 3차원 알루미늄 다이아 커팅 기술을 지닌 이 회사는 LG전자 연구원 7명과 함께 8개월 가까이 매달린 끝에 스테인리스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IT 분야에서도 전문업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생산라인 없이 연구개발에 전념하는 팹리스 업체인 GCT세미컨덕터는 와이브로 칩셋을 개발해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미국 비심, 이스라엘 런컴 등을 밀어냈다. GCT의 와이브로 칩은 LG전자의 와이브로 단말기와 노트북 등에 장착될 예정이며 KT에 공급하는 와이브로 모뎀에도 탑재된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탄탄한 기술력이 대기업의 세계적 히트 상품을 뒷받침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는 21일 '중소기업의 유형별 디자인 경영전략과 성공사례'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디자인 같은 분야에서 대기업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2004년 2000여 중소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업체가 169억여원을 디자인 투자를 했더니 40배 이상인 7000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전익주 연구원은 "중소업체가 디자인을 선도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보르도나 샤인 폰 개발 사례처럼 대기업의 디자인 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형태의 상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업용 줄자 전문업체인 코메론은 '공구는 무채색'이라는 통념을 깨고 '디자인 경영 연구센터'를 설립해 지역별로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했다. 그 결과 이 분야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섰고 순이익도 1997년 10억원에서 지난해 32억원으로 늘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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