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독과점 해소하라더니 정부정책 앞뒤 안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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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형마트 독과점은 해소하라고 하면서 출점은 자제하라고 하니, 기업하는 사람 입장에선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구학서(사진) 신세계 부회장이 대형마트 규제와 관련한 정부 부처 간 엇박자 정책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구 부회장은 21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KMA) 최고경영자 조찬회 강연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에 맞춰 독과점을 해소하려면 일정 거리(대도시 반경 5㎞) 안에 대형마트가 5개는 있어야 하는데 거꾸로 (산업자원부)장관은 출점 자제 방안을 내놓으라고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정부의 더딘 행정절차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월마트 인수 협상은 2개월여 만에 마쳤는데 공정위 승인에는 4개월이 걸렸다"며 "공정위 승인을 받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내세우고 있는 윤리경영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하기는 어렵지만, 안 하는 기업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학자 슘페터의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창출한 부의 보조를 받는 조직들의 공격을 받아서 몰락할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이런 공격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이 스스로 결점을 털어내고 윤리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월마트가 한국 매장을 신세계에 넘길 때 신세계의 윤리경영이 고려 사항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월마트는 신세계가 종업원 승계작업을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판단해 입찰에 부치지 않고 수의계약을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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