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바둑사에 남을 '초단 한상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자결정전>
○ . 윤준상 6단
● . 한상훈 초단

제10보(125~150)=125로 건드려봤으나 또 피를 흘렸다. 127의 수비가 불가피해 128까지 잡혔고 덤으로 A까지 남았으니 손해가 막심하다. 하기야 바둑은 이미 졌으니 손해가 가중된들 바뀌는 것은 없다. 흑의 마지막 노림수는 오직 129로 포위해 우변 흑 대마를 몰살시키는 것뿐.

그러나 윤준상 6단은 이미 살길을 봐둔 사람처럼 136까지 척척 받아둔다.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조금 켕겼을까. 한상훈 초단이 139로 푹 들어왔을 때는 윤준상도 감히 차단하지 못하고 140으로 물러선다.

"집은 이미 대차인데 혹시 대마에 영향이 갈까봐…."

국후 윤 6단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삶에 자신은 있었지만 바둑이란 언제 어느 때 묘수가 등장할지 모르는 것. 그래서 몸을 사렸다는 얘기다.

한상훈은 150으로 대마의 삶이 확인되자 돌을 던졌다. '참고도'처럼 잡으러 가도 B의 돌파와 C의 따냄이 선수여서 간단히 산다. 아쉬운 패배였다. 그러나 '초단 한상훈'은 실로 큰 일을 했다. 그는 프로 시합에 나선 지 불과 3개월도 안 된 신참이었지만 조한승 9단, 박영훈 9단 등 한국 랭킹 4, 5위의 거목들을 연파하며 도전자결정전까지 올라 신선한 반란을 일으켰다. 한상훈으로 인해 바둑동네의 엄중한 서열은 확실하게 무너졌다. 다른 스포츠처럼 갓 입단한 선수가 우승을 거머쥘 가능성도 보여줬다.

한상훈은 LG배 세계대회 8강에도 올라 있다. 50년 바둑사에서 처음 목격하는 초단의 대 활약상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