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유세,어떻게 봐야 하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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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후보자들의 방송광고와 함께 28일부터 이들의 방송유세가 일제히 시작됐다. 찬조출연자들을 포함해서 각 후보마다 텔리비전과 라디오 매체에 주어진 다섯번씩의 연설기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 후보진영에서는 방송유세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TV연설을 위해서는 화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발음과 표정,제스처를 연습하는가 하면 의상과 얼굴화장,머리손질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를 동원해 세심하게 대처한다고 들린다. 안방에 앉아있는 유권자들에게 친근감과 신뢰감을 주기 위한 후보들의 이미지 만들기 작전이다. 후보들이 연설내용 못지않게 시청하는 유권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려고 애쓰는데서 그들 나름대로 영상매체의 속성과 효과에 대한 간파를 읽을 수 있다. 바로 이 속성이야말로 그들의 방송유세를 시청하는 안방의 유권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경계해야 할 요소이기도 한 것이다.
여론을 기초로 해서 지탱되는 현대민주주의 정치에서 국민에게 모든 정보를 널리 공개하고 확산시키는 수단으로서 TV만큼 효과적인 매체는 없다. TV수상기의 폭발적 보급과 시청자간의 지속적인 증대에 따라 TV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해졌다. 또 TV유세는 대규모 청중동원에 따른 국가적 낭비와 지역감정 촉발이나 충돌사태와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상매체란 시청자를 냉정하고 이성적이기 보다는 즉흥적이고 감성적으로 만들기 쉽다. 생각하게 하기 보다는 느끼게 함으로써 본질에의 접근보다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 집착하게 하는 취약점이 있다. 따라서 TV유세를 보는 시청자들은 후보자의 연설내용 보다는 외모나 말씨,몸짓에 정신을 빼앗기기 쉽다는 문제점이 있다.
TV선거가 전통으로 확립된 선진국에서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의 선출기준이 입후보자의 경륜이나 능력보다는 스타일과 이미지로 흐르게 하는 것이 TV의 정치적 역기능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60년 미국대통령선거전에서 케네디와 닉슨 두 후보가 방송토론을 벌였을 때 TV로 시청한 사람들은 케네디의 우세로,라디오로 청취한 사람들은 닉슨의 우세로 판정했었다는 사실은 적절한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이런 말을 하는 의도는 대통령후보들의 TV유세 및 토론의 가치나 필요성을 깎아내리거나 부정하려는데 있지 않다. TV연설을 시청하는 유권자들이 이러한 영상매체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냉정하게 후보들의 연설을 경청할 것으로 당부하기 위해서다. 후보들의 인위적으로 꾸며진 허상에 한눈팔지 말고 그들이 쏟아놓는 말의 진실성,내걸고 있는 약속의 현실성,행동의 진지성,그리고 그간의 언행과의 일관성을 가늠하면서 지도자로서의 능력과 경륜을 따져봄으로써 올바른 선택의 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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