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기자들 깊은 내면연기 아쉬워"|호주 국립연극학교 교장 존 클라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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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의 연기자들은 너무 머리가 앞선다. 가슴에서 나오는 연기가 아니면 관객들을 감동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호주 국립연극학교의 교장이자 연출가인 존 클라크(60). 국내의 연기자들과 10일간의 연기 워크숍을 가진 그는 한국연기자들에게 받은 인상을 이같이 요약했다.
국제극예술협회 한국본부(본부장 김정옥 중앙대 교수)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우리 연기자들이『극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 자칫하면 그야말로「연기하는 듯한」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자신의 연기훈련법인「즉흥연기 법」을 적용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릴랙스된 상태에서만이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믿는 그는 리허설 때 연기가 잘되지 않으면 쉬운 상황을 제공해 연기하게 하여 연기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본 작품이 많지 않아 논평할 입장이 못된다』고 주저하면서도 그는 한국연극이 『호주와 비슷하게 독자적인 특성을 모색하는 과도기에 처해 있다』고 밝힌다. 대학로의 많은 소극장을 둘러보고 한국연극의 저변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했다는 그는『서구적 극 형식을 답습하기만 해서는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면서 『한국의 오랜 문화전통을 연극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한국연극의 활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교장으로 있는 호주국립연극학교는 연극·영화·TV등에 연기자들을 공급하는 전문교육기관으로『매드 맥스』의 멜 깁슨,『인도로 가는 길』의 주디 데이비스 등 세계적인 배우를 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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