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근검… 이웃 도울땐 큰돈/장치혁씨 고합그룹회장(경제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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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돈을 벌기도 어렵지만 쓰기는 더 어렵다고 한다.
장치혁고합그룹회장(61)은 이런 점에서 『돈은 꼭 필요한 곳에,적절하게 쓰여져야 한다』는 소비철학을 갖고 있다.
단제 신채호선생과 함께 항일독립운동을 했고 해방후에는 초대 단국대학장을 지낸 민족주의 사학자 산운 장도빈선생의 4남으로 태어난 장 회장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아버지의 민족정신과 어머니의 독실한 기독교신앙뿐이었다.
이 때문에 적수공권으로 1조원이 넘는 대기업을 키운 장 회장에게 있어 근검절약은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다.
간혹 「위선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장 회장은 국산 그랜저승용차만을 고집한다. 식사도 사업상 만남이 아니면 회사부근 단골 곰탕집에서 때운다.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도 설렁탕집으로 가기 때문에 심심찮게 「짜다」는 얘기를 듣는다.
고합그룹의 회식도 사장들과의 만남이나 신입사원 축하회식이나 항상 대중음식점에서 소주와 불고기를 먹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있다.
그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등산이 좋고 휴식을 위해서는 낚시가 가장 좋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벽에 굴비 한마리를 매달아놓고 밥 한술 뜨고 한번 쳐다보다 두번 쳐다본 아들을 야단친」 자린고비의 옛이야기를 즐겨 말한다.
『자린고비 이야기는 가난에 찌든 슬픈 이야기나 인색하기만한 구두쇠의 이야기로 잘못 알려졌지만 속뜻은 뼈저린 고통을 이겨내면서 모은 재산으로 남모르게 좋은 일을 한 사람의 검약·절제의 삶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의 말마따나 장 회장은 남을 돕는 일이나 우리 민족정서를 찾는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85년 실로암 안과병원 설립을 위해 병원부지 매입비용과 건축비의 절반을 몰래 기부했다가 3년뒤에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고 지금도 그의 도움을 받는 교회·자선단체들이 적지않다.
또 지난 88년에는 「느티나무 애우회」를 만들어 느티나무 보급에 나섰고 다음해부터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해양연구소와 손잡고 수천만원을 들여 멸종위기에 놓인 조기의 인공양식방법을 연구중이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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