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명분 없는 정치 파업 고객들의 뭇매만 맞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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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명분 없는 파업을 강행하면 고객과 시장이 더 이상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

윤여철 현대자동차 사장(울산공장장.사진)은 노조가 금속노조의 25~2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에 앞서 19일부터 출근 투쟁에 나서기로 결정하자 "이렇게 되면 회사의 생존도, 직원의 고용도, 가족의 안정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18일 파업 자제를 호소했다.

윤 사장은 이날 전 직원의 집으로 보낸 가정통신문을 통해 "조합원들이 '더 이상 (우리의 이해와 무관한)정치파업의 희생양이 되지 말자'며 파업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금속노조가 이를 외면하고 정치파업을 강행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노조는 올해 초 금속노조의 지부 조직으로 들어가면서 파업 결정권이 자동차 관련 240여 개 노조 간부들이 참여하는 금속노조로 넘어갔고, 금속노조는 지난 8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조합원 찬반투표 없이 25~29일 파업을 결정했다.

윤 사장은 "소속 조합원의 의견도 묻지 않고 자체 규약마저 어겨가며 파업을 독단적으로 강행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라며 "일부의 무책임한 판단과 결정으로 애꿎은 우리가 왜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 체결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현대차가 FTA를 반대하는 정치파업에 나선다면 누가 이해해 주겠느냐"며 "여론의 뭇매만 맞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파업은 생산.판매.임금 손실을 자초하는 자해 행위였다는 것을 처절히 깨달았다"며 직원과 가족에게 "위기에 빠진 회사를 안정시키는 데 협조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윤 사장은 2005년 9월 울산공장 공장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말 노조의 12차례 정치파업에 의한 생산손실 책임을 물어 성과금 50% 지급을 거부, 올해 초 시무식장 앞에서 노조원들로부터 얼굴 등에 폭행을 당했다. 현대차는 시무식장 폭행사건 책임을 물어 박유기 당시 위원장 등 현대차 노조 간부 26명을 경찰에 고소, 박 위원장 등 3명이 구속됐고 12명이 재판에 계류 중이다. 성과금은 노조원이 야근.휴일근무 등으로 미달된 생산 목표량을 채우는 조건으로 지급하기로 회사가 양보, 2월 말 모두 지급해 파업을 돈으로 해결하는 관행을 깨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울산지역 140여 개 시민.사회.경제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의 이두철 공동위원장 등 임원진 13명이 18일 현대차 노사를 방문해 노조의 총파업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범시민협의회는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의 총파업 지침에 따를 경우 대시민 거리홍보에 나서 회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시민 수만 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도 가질 계획이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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