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방한에 시큰둥한 한국언론/김석환 모스크바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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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취임후 첫 아시아국가 방문인 그의 이번 방한에는 당사국인 한국과 러시아외에 각국 외신기자 70여명이 동행했다.
한국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과 일본은 매체·기자수가 단연 앞서고 독일·프랑스·영국·홍콩을 비롯,핀란드 등지에서도 기자가 내한해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18일 호텔신라 프레스센터로 몰려온 이들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와 의의에 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거나 양국관계자들을 번갈아 만나며 취재방향을 가늠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외국 주요 언론들이 한국에 몰려와 취재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들이 서울주재 특파원외에 모스크바특파원까지 파한해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장에 정작 당사국인 한국기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우리 언론에는 차관이자조차 제때 갚지 못하는 「별볼일 없는 나라」로 인식돼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를 정도로 관련 기사도 시큰둥하게 취급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언론들의 한·러 정상회담 관련 취재도 한국정부 부처에 국한돼 있는것 같다.
최근 일본·중국에서 열렸던 한국과의 정상회담후 빚어졌던 과거사 사과문제 등에 대한 엇갈린 보도를 보더라도 한국 언론들의 이같은 편향된 취재태도는 결코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다. 실제로 한국 언론의 대러시아 취재외면에 놀라는 외국 기자들의 표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일색이다.
평소 외신들의 시각이 편향적이라고 비판해온 한국 언론들이 정작 자신들의 중대사에 대해서도 이처럼 현장을 무시하는 식의 보도를 한다면 국제무대에 나서 경쟁할 수 있는 날은 더욱 요원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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