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씨는 어디 있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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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복동의원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고 대선정국이 긴장되고 있는데도 왜 정작 김 의원 자신은 말이 없는가. 도대체 김 의원은 지금 어디에 가 있으며,밖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자의인가,타의인가.
우리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난 후에도 뒤처리를 둘러싼 당사자들의 한심한 자세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해괴한 일이 일어났으면 주인공인 김 의원은 당연히 공개적으로 자기의사를 명백히 밝히고 사건경위도 숨김없이 털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국회의원인 공인이 아닌 일반 사람이라도 이렇게 큰 물의가 일어난 이상 당연히 할 일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사건이 난후 이틀이 지나도록 어디서 무얼 하는지 얼굴을 비치지도 않고 있다.
그러니 세간에서는 그가 어딘가에 억류돼 출입을 제한당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안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당국은 정말 김 의원을 어디에다 억류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하고 그렇다면 무슨 까닭으로 어떤 법의 근거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김 의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측과 그의 매부인 금진호의원측은 그의 민자당 잔류를 주장하는 반면 딸·비서·지구당 등은 탈당결심 불변을 밝히고 있어 혼선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우리는 김 의원의 정치적 거취가 집안문제라는 말도 해괴한 논리라고 생각한다. 미성년자도 아닌 60대의 3성장군 출신의 당당한 국회의원이 정당을 선택하는 문제가 어떻게 집안문제일 수 있는가. 가족·집안의 의견을 참작은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정치적 신념과 판단에 속한 문제다. 그의 정당선택결심을 대통령인 매부가 공권력을 풀어가며 억지로 불러와 「가족회의」로 번복시키는 것은 정치적으로,법적으로,상식적으로 다 안맞는 일이다. 우리는 어제 이미 집안문제에 대통령이 공권력을 동원한 근거와 의도가 무엇인지 물었고 필요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당국은 이 대목에 관해서도 말이 없다. 청와대나 김 의원은 도대체 이 일을 함구나 회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는가.
우리는 거듭 촉구한다. 김 의원은 빨리 공개석상에 나와 자신에 관련된 의문점들을 밝히고 정당선택에 관한 그의 결심을 명백히 해야 한다. 청와대도 공권력을 동원해 김 의원을 강제귀경시킨 것은 명백한 잘못인 만큼 그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돌고 있는 외압설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그가 억류돼 있는지 아닌지,민자당 탈당을 강제로 막고 있는지 아닌지에 관해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필요한 조치없이 시간만 보낸다고 이 사건은 수습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그 자체가 나라망신인데 뒤처리마저 지금처럼 엉망이어서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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