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익은 뒷전 「매듭」서둘러/한중 항공회담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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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관제이양점 국제관례 어긋난 요구/미·일에 허용한 「복수취항」 한국엔 거부/“서두르면 「불평등협정」초래… 꼼꼼히 따져야” 전문가
6공 북방외교의 성과를 가시화하려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한중항공회담에서 자칫 우리측의 실익을 잃을 우려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부터 19일까지 제2차 항중 항공협정회담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측은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관제이양지점과 북경취항 국적항공사 수에 대해 국제관례에 어긋난 중국측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세웠으나 정부내부에서 6공 임기전에 회담을 성사시키라는 압력이 간접적으로 작용,대표단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아사아나·대한항공 등 국적항공사도 서로 자사이익을 위해 북경단독취항을 주장,중국측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항공전문가들은 『한중 직항로는 태평양노선과 구주노선의 건널목으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접목한 파나마운하와 같은 성격이기 때문에 한중 양국뿐 아니라 세계항공망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며 앞으로 동북아 중추공항이 될 영종도신공항의 역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만큼 우리측의 실익이 보장되지 않는한 서둘러 협정을 체결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관제이양=한중항공회담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서울∼북경 직항로의 관제이양지점. 우리측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승인한 동경 1백24도를 고수하는 반면 중국측은 양국간의 중간지점인 동경 1백25도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측은 『동경 1백24도는 중국이 ICAO에 가입하기 전에 등록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ICAO 가입은 포괄적인 등록사항 준수를 전제한만큼 국제관례에도 어긋난 요구며 한국측에 대해 일방적으로 영공권 포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중국측은 9월 북경에서 열린 1차회담에서 우리측이 관제이양지점에 대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보이자 일단 동경 1백25도로 「잠정합의」하자는 선으로 후퇴했다. 이는 중국측이 관제이양지점을 동경 1백25도로 관례화함으로써 동경 1백24도와 동경 1백25도 사이에 위치한 대륙붕에 대한 귀속권을 주장할 기반을 만들고 추후 항공협정 개정때 유리한 카드로 이용하려는 속셈.
중국측은 자신들의 주장이 다소 무리지만 한국정부 내부에서 6공 임기전 어떤 형태로 든 협정을 타결하려 한다는 약점을 잡아 자신들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북경취항=중국측은 「1지점 1항공사」원칙을 적용,북경을 포함한 양국간 취항지에 상대국의 단수항공사가 취항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측은 지역별로 나뉘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는 북경중심의 중국국제항공(Air China) 등 6개 항공사의 특수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한국측에 대해서는 북경이원 구주노선이나 태평양노선의 북경운항에 대한 경쟁력을 제한하겠다는 것.
이같은 중국측의 주장은 미국과 일본에 대해 이미 복수취항을 허용한 선례에도 어긋나며 특히 한국측이 이를 받아들여 서울∼북경 직항로가 개설될 경우 알리타이아·스위스·아에로플로트·영국항공 등 구주항공사와 JAL·ANA·JAS 등 일본항공사,NWA·델타·콘티넨탈 등 미국항공사,태국항공 등 한국에 대해 이원권을 가지고 있는 외국항공사들이 북경이나 서울을 거쳐 한·중노선을 운항하게 돼 결국 한국측은 1대 12의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항공전문가들은 『불평등한 한미 항공협정의 경험에서 보더라도 항공운송권의 기본이 되는 항공협정에 취항항공사를 단수로 제한하거나 관제이양지점을 양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재도 한중간에는 전세기 운항으로 항공운송에 불평이 없는만큼 졸속협정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엄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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