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소동 이래도 되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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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복동의원 사건은 해괴하기 짝이 없다. 사건진상이 아직 분명치 않으나 드러난 경위만 보더라도 관권이 동원돼 그의 민자당 탈당을 막으려 한 것이 분명해 보이고,공로에서 경찰이 국회의원의 통행을 저지해 강제로 서울로 되돌려 보냈다니 법과 상식으로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이런 일이 대통령의 지시로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태는 심각하다. 청와대 당국에선 김 의원이 노 대통령의 처남인 점을 들어 집안문제이므로 경위를 들어보기 위해 김 의원을 찾았다고 했으나 이런 말로는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집안문제에 왜 공권력을 동원하는가. 김 의원이 납치된 것인지,권유를 받아 자의로 귀경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으나,국회의원 아닌 일반사람이라도 공로에서 통행을 막고 다른 차로 되돌려 보내는 따위의 일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이번 소동은 선거중립을 선언하고 중립내각까지 구성한 노 대통령이 무리하게 처남의 민자당 탈당을 막으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한 것이라는 의심을 면하기가 어렵고,따라서 노 대통령의 중립의지에 깊은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일련의 소동 끝에 김 의원이 본인은 나타나지도 않은채 민자당 잔류를 밝혔는가 하면,그 보좌관은 반대로 탈당성명서를 배포하는 등의 혼선이 일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런 의혹은 더욱 커진다.
이런 여러가지 점을 볼때 이번 사건은 결코 쉬쉬하거나 흐지부지될 일이 아니다. 진상을 남김없이 규명해야 한다.
우선 김 의원 자신이 공석에 나와 공개적으로 자기의사와 사건경위를 밝혀야 한다. 민자당 탈당과 국민당 입당여부를 명백히 하고,귀경이 납치인지 자의동행인지,외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등을 의심의 여지없이 밝혀야 한다.
그리고 청와대 당국도 사건경위와 의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번 일이 노 대통령의 직접 지시였는가,그렇다면 그 목적은 무엇인가를 밝히고 공권력 동원과 공로상 통행저지­귀경조치의 근거가 무엇인지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우리는 이 중요한 대선정국에서 이런 해괴한 일이,더구나 대통령 관련으로 일어난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정부의 중립의지에 대해 심심찮게 의심의 소리가 나오는 판에 정권수뇌부에서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다니 국민 실망이 오죽하겠는가. 이번 일로 대통령의 중립의지는 다시 의심받게 되고 공명선거 관리를 역설해온 중립정부의 위신도 크게 손상되고 말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그래도 빨리 이 사건을 수습하자면 진상을 공개하고 김 의원이 자신의 거취를 자기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중립여부에 관한 그의 결심을 다시 한번 단호하게 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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