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윤리규정… 깨끗한 행정 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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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로비금지” 의지불구 실효에 어려움/정권인수팀장 조던·버거 “로비 전력”/취업제한 기간 늘려 인재난 우려도
빌 클린턴 미 대통령당선자는 14일 자신의 정권인수팀에게 적용할 윤리규정을 발표,새로 들어설 정부가 깨끗한 행정을 추구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정권 인수팀에게 적용될 윤리규정은 정권인수팀은 각자가 책임맡고 있는 분야의 연방기관에 대해서는 취임식후 6개월까지는 일절 로비활동을 못하도록 금지하고,정권인수작업에서 얻어지는 일체의 정보를 개인 이득을 위해 사용치 못하며,정권인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에 개입을 금지하고 모든 정권인수팀 요원들은 재정상태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 등으로 되어 있다.
클린턴은 정부고위직 퇴직후 1년안에는 유관분야 사기업 등에 취업할 수 없다는 현행 윤리규정을 고쳐 향후 5년동안 취업을 못하도록 기한을 늘려 강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얼핏보면 클린턴 행정부가 새로운 의지를 갖고 윤리문제에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들이 클린턴팀 내부의 취약성때문에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이 소위 고위공직자들이 정부를 떠나 그 관련분야의 로비이스트가 되는 문제다.
백악관이나 정부의 고위직을 그만둔 미 고위인사들은 퇴직후 관련분야의 법률회사 등에서 로비이스트로 활동할 경우 많은 수입이 보장된다.
로비이스트들은 단순히 미국의 기업을 위해서뿐 아니라 외국정부나 기업을 위해 활동하는 경우도 많아 미국의 국익과도 결부돼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의 로스 페로후보는 이런 점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히 클린턴 선거진영은 이러한 로비이스트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공격을 부시와 페로로부터 받아왔다.
특히 클린턴의 정권인수팀장을 맡고있는 버넌 조던의 경우 콜롬비아정부·한국무역협회·칠레수출협회·중국·일본재벌회사 3곳을 단골고객으로 갖고 있는 법률회사의 파트너인데다 미국의 유수한 담배회사 이사로 연 5만달러의 사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문제가 제기됐다.
조던이 정부각료를 추천할 권한이 있으므로 금연에 소극적인 인사를 보건후생 장관으로 추천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이 정권인수팀의 국가안보 분야 책임자로 임명한 새뮤얼 버거도 일본을 비롯한 몇개의 외국회사들의 업무를 대행해주는 법률회사의 파트너라는 것이 미 법무부 자료에 의해 밝혀졌다.
따라서 클린턴이 윤리규정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참모들이 이러한 연줄때문에 과연 윤리규정을 제대로 지키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클린턴이 고위 공직자들에게 퇴직후 취업제한을 강화할 경우 인재들이 정부에 들어오기를 꺼려 구인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고위공직자라 해도 그 수입이 중산층의 평균수입 정도인 5만달러에서 10만달러 수준이어서 일반 사기업에 종사하는 것보다 수입면에서는 훨씬 손해를 보게 돼있다.
따라서 차관급이상의 공직자들이 낮은 수입 때문에 중간에 공직을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시행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고위정책결정자리 6백여개 가운데 약 3백자리가 1년 안에 채워지지 않았다는 전례도 있다.
그러나 클린턴의 이러한 의지의 표명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자조적인 평가는 『의지 표명이라도 없을 경우 미국 행정부는 로비이스트들의 소굴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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