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 9개 농고 15개과 미달-경기지역 실태·문제점 점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농어민 후계자육성 등 정부의 농업진흥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지역 농업계 고교의 신입생 정원 미달사태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달 마감한 경기지역 12개 농업고등학교 93학년도 신입생 모집결과 정원 미달 학교는 지난해 6개교에서 9개교로 늘었다. 농사를 짓다가는 장가들기도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하데다 농고 졸업 후 마땅한 취업자리도 없어 농고진학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학 중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도 전체 정원의 21%에 이르고있다.
농고진학 기피현상 등으로 폐교위기를 맞고있는 농업계 고교 실태를 진단한다.
◇정원미달=농업계 12개교 38개학과중 정원이 미달된 학교는 9개교 15개학과.
총1천6백80명 모집에 1천7백82명이 지원, 경쟁률도 1·06대1에 그쳤다.
양평군 양평종고 축산과의 경우 모집정원은 48명이나 지원학생은 단 한명도 없어 학교측이 폐과를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용인군 송전농고는 농업·축산·원예과 등 3개과에 1백44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는 99명에 그쳐 3개과 모두 미달사태를 빚었다.
화성군 발안농고도 4개과중 3개과가 미달됐다.
파주군 문산종고는 지난 90년 모집정원 50명인 농과지원생이 4명에 불과하자 농과를 폐지하고 91년부터 농업유통 정보처리과를 신설, 가까스로 정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들 농고들은 내년 1월 실시될 전·후기 인문계 고교 입시에서 탈락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도 학업포기=농업계 고교생들의 중도 탈락률은 90년 20·5%에서 91년 21·6%로 늘었고 올해는 22%를 훨씬 상회한다는 것이 교육청 관계자의 추산.
연평균 10명중 2명이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는 셈. 학업 의욕이 없는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인문계 고교생들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학업을 중도에서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고있다.
이 같은 중도학업 포기로 고양종고 도시 원예과 3학년의 경우 정원 48명중 17만 남아 썰렁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있다.
비교적 인기학과인 식품가공과도 정원48명중 10명이 탈락했다.
◇취업난=교육청에 따르면 농업계 졸업자 가운데 영농 정착자는 20%정도에 그치고 있고 농업관련 산업에 취업한 졸업자를 합해도 전공분야취업자는 25%수준을 밑돌고있다.
특히 농촌지도소나 농업진흥원·농협 등 관계기관에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여서 졸업생 대부분은 전공과 전혀 관계없는 단순생산직 근로자나 일용노동자로 전락하기 일쑤다.
화성군 발안농고의 경우 38년의 역사를 자랑하고있으나 올해 졸업예정자 1백58명중 농촌지도소·식품회사 등 농업계열로 취업하는 학생은 15%(23명)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는 취업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고 정작 영농을 희망하는 학생은 전체 졸업생의 15∼20%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경기지역 12개 농고 진학생 중 농촌지역 거주자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며 나머지 75%는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80년대 후반 들어 두드러지기 시작한 영농기피를 부채질하는 한 요인이 되고있다. <이철희·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