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부터 시작된 기후 변화로 수단 남부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북부 아랍계와 남부 기독교계 흑인 사이에 분쟁이 촉발됐다. 그 과정은 이렇다. 인류가 만들어 낸 온실가스로 지구가 더워지면서 인도양 상공에서 만들어지던 계절성 열대 몬순이 사라졌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열대 몬순의 실종으로 지난 20년간 수단 남부의 강수량은 40% 이상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심각한 생태 변화와 함께 정치.경제적 상황도 바꿨다. 과거 수단에서는 목축에 종사하던 북부 아랍계와 농사를 짓던 남부 흑인들이 평화롭게 살았다. 당시에는 식수와 식량이 넉넉해 남부 농민들은 북부 목동들이 가축을 몰고 와 물과 풀을 먹이는 일을 너그럽게 봐줬다. 그러나 가뭄이 심해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남부 농민들은 북부 아랍계가 식수와 곡물을 축낸다고 비난하면서 양측 간 대립이 시작됐던 것이다. 이런 반목이 점차 거세져 2003년부터 본격적인 내전이 벌어졌다.
사하라 이남의 가뭄은 인류가 책임져야 할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수단 사태의 원인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가뭄에 잘 견디는 곡물 개발과 관개 기술을 전파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