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생 지문 채취 출·결석 등에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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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감시 카메라의 천국' 영국에서 이번에는 학생 관리라는 명분 아래 5세 초등학생까지 지문을 채취할 예정이라고 인디펜던트가 17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전국 초.중등학교에 대해 학생들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고 지문인식기를 설치하는 권리를 인정하는 지침을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 지침은 부모와 협의한 뒤 학교가 학생의 생체 정보를 등록해 두고 학생의 출석률, 도서 대출 상황 등을 점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지침이 시행될 경우 학생들은 도서관의 책을 빌리고, 학교 식당에서 급식을 먹으려면 지문인식기를 사용해야 한다. 단 학교는 학생의 생체 정보를 외부 기관에 유출해서는 안 된다. 생체 정보는 학생의 주소와 생일처럼 데이터 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미 초.중등학교 약 200곳이 지문인식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다른 학교들도 정부의 지침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경찰은 이미 10~17세 청소년 90만 명가량의 유전 정보를 수록한 전국 DNA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10세 미만 어린이 108명의 유전 정보도 포함돼 있다.

영국에는 420만 대의 폐쇄회로(CC) TV가 설치돼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인구 14명당 한 대꼴이다. 영국 정부는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사람의 DNA 파일을 갖고 있으며, 인권침해 논란 속에서도 생체 정보를 담은 전자신분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의 생체 정보 수집에 대해 인권단체인 '리버티'는 "단순히 행정적 편의 때문에 아이들의 생체 정보가 수집된다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정부가 아이들을 바코드화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자유민주당의 교육 담당 대변인은 해커들이 학교 컴퓨터에 침입해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한 뒤 학생들의 신상 정보를 훔쳐낼 수 있다며 과연 학교가 졸업생의 생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서 제거할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짐 나이트 교육차관은 "일상적인 학교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학교 교장이 기술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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