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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위장전입 시인, 정치권 후폭풍 어디까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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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가 자녀의 취학을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을 16일 공개하고 직접 사과하자 당내 기류는 복잡하게 얽혔다. 이 후보 측은 이번 사과를 계기로 그간의 검증 공방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 경선 후보 측은 “대통령 자질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게 드러났다”며 공격의 고삐를 좼다. 범여권에서 촉발시킨 위장전입 이슈를 당 지도부는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이 후보의 위장전입 사실이 지지도 추이 등 대선 국면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받게 됐다.

“부동산 투기와는 무관”

이 후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반도 대운하→다스ㆍBBK→위장전입으로 이어진 경선 상대후보와 범여권의 파상공세에 이 후보는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했다.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이 후보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하던 12일만 해도 이 후보 측은 “정치공작”이라고 발끈했다. 이 후보는 “국민으로부터 가장 지지받는 후보를 어떻게든 끌어내리려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관련 사실을 전격 공개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캠프 관계자들은 이날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어 자료를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캠프 관계자는 “오래된 일이라 이 후보가 잘 기억을 못해 확인작업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측은 “이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던 김혁규 의원의 폭로가 허위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한 곳은 현대 총무과장 주소였고 나머지 세 곳은 먼 친척이나 지인들 주소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현대 직원들이 이 후보 주소 이전 신고를 한 모양”이라며 “이 후보나 부인은 관련 사실을 잘 몰랐다”고 주장했다.

캠프에선 실정법을 어겼던 이번 사안을 솔직하게 턴 만큼 국면 전환에 나설 태세다. 당 검증위에 해명서를 제출하고 17일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예고한 것도 이런 취지로 풀이된다.

비판 수위 높이는 박근혜 캠프

박 후보 쪽에서는 맹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지지율 반전을 노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혜훈 대변인은 “이 후보가 국민의 분노를 과연 넘어설 수 있을지 심각하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재원 대변인은 “이 후보가 자녀를 입학시킨 초등학교가 당대 최고의 귀족학교”라며 “말할 때마다 어린 시절 가난을 부각시킨 분이 자식을 귀족학교에 보내려 불법행위까지 마다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겠다는 언행과 너무 다른 모습”이라며 “앞으로 국민들이 이 후보를 다르게 평가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자기 자식들을 전부 귀족학교에 보낸 부모가 공교육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몰아붙였다.

또 다른 의원은 “이 후보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상대를 사기꾼으로 몰아붙인 뒤 진실이 드러나면 사과하는 방법을 사용해왔다”며 “이번에도 말을 바꿨는데 지금까지 제기된 부동산 의혹 등도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증 이슈를 전방위로 확산시킬 태세다.

숨 죽인 당 지도부

한나라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일단은 당 검증위의 검증 결과를 지켜보자는 게 공식 입장이다. 안강민 검증위원장은 “이 후보 쪽에서 관련 소명자료를 검증위에 낸 것으로 안다”며 “자료의 내용을 보고 사안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일단 악재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걱정했다. 그는 “그러나 깨끗한 이미지의 이회창 전 총재와 달리 이 후보는 사업가로 험한 길을 거쳐온 사람이기 때문에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이 높지 않아 타격이 작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또 “이 후보가 솔직하게 스스로의 잘못을 밝혔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장인의 좌익경력 공격에 대해) ‘그러면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는 말로 난관을 돌파한 것처럼 사태가 수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는 “자녀들이 이미 오래전에 학교를 마쳤는데 이 정도 일로 후보에서 물러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약점은 되겠지만 치명적이진 않다”고 평했다.

당 지도부는 그러나 극한대립으로 치달아온 이명박ㆍ박근혜 후보 캠프가 이번 사안을 두고서도 입장이 대립하고 있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중진은 “솔직히 지도부가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기에도 부담이 있다”며 “당분간 국민의 판단을 겸허히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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