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선언한 김근태 전 의장 아내 인재근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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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06면

불출마 선언한 김근태 전 의장 아내 인재근씨

표정이 어두울 줄 알았다. 그런데 웃고 있었다. 인재근(54).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아내다. 김근태에게 그는 아내이기 전에 운동의 동지였고, 정치적 동반자였다. 1985년 남편이 이근안 경감에게 고문당한 사실을 외부에 알린 사람이 그다. 남편이 수감 중이던 87년엔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으로 6월항쟁을 주도했다. 김 전 의장이 꿈을 접은 이틀 뒤인 14일 서울 인사동에서 그를 만났다.

“당신 의지박약이냐며 그렇게 말렸는데…”

-김 전 의장께서 대선 도전을 포기하셨는데요.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저는 많이 말렸어요. 본인은 꽤 오래전부터 고민한 거 같아요. 한 달 전쯤부터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고 그래요. 자다가 두세 번씩 깨고. 저한테 얘기한 건 발표하기 일주일쯤 전인데 ‘이제 대권의 꿈을 접어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대뜸 ‘5년 전에도 포기했는데 또 이러면 의지박약이다’라고 했죠. 사실은 누구보다 의지가 투철한 사람인데….”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둘 다 대학원생인 1남1녀를 두셨죠. 자제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공식 발표하기 이틀 전에 남편이 가족회의를 제안했어요. 저는 동의 못하니까 회의도 안 한다고 했죠. 그랬더니 애들하고만 했나 봐. 아들이 자기는 정치적인 거 하나도 필요 없고, 아빠만 건강하시면 오케이라고 했대요. 그런데 딸은 아주 웃겨요. 나중에 와서 그러는데 대통합에도 기여하고, 후보도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머리가 막 돌아가더래. 딸이 ‘결국 대통령병 걸려 있던 건 나였나 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김 전 의장께선 이번 선언 이후로 잠을 잘 주무시나요.
“그날 밤엔 한 번도 안 깨고 잘 잤다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소원 풀었으니 이제 됐다’고 했어요.”

-남편이 앞으로 어떤 정치 행로를 걷기 바라세요.
“우리 남편은 결이 고운 사람이어서 지금 같은 상황의 제도정치가 참 버티기 힘들었을 거 같아요. 여기까지 한 것도 기적이죠. 그래도 자기를 지키면서 영향력 있는 제도권 정치지도자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도와달라는 범여권 주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서 이기는 사람 도와야죠.”

-누가 이기든 돕는 겁니까.
“그런데… 아주 싫은 사람이 되면 어떡하죠? 그게 걱정이네.”

-아주 싫은 사람이 누군데요.
“호호호, 그건 말 못해요.”

-최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김 전 의장이 많은 비판을 받으셨죠. 다시 와서 줄서야 하는 거 아니냐고도 했고.
“(친노 세력으로부터) 더한 말도 많이 들었는데요. 살모사라느니, 정계은퇴하라느니…. 제가 다혈질이라 남편이 (노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듣고 와도 얘기를 잘 안 해요. 제가 잠을 안 자고 난리를 치거든요. (웃음) 노 대통령께서 얼마 전에 4시간 동안 (강연을) 하시던데 참 정력도 좋으셔. 4시간 하신 분이나, 100번 박수 치면서 듣는 분이나…. 저는 이해가 잘 안 돼요.”

-범여권 일부에선 대통합보다 막판 후보단일화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단일화는 참 위험한 것 아닌가요, 안 될 수도 있는 거고. 또 노 대통령께서 단일화를 했던 그쪽(정몽준 의원) 세력을 안고 가지 않았는데…. 그걸 보고 누가 단일화를 하려고 하겠어요.”

-본인도 민주화 투사 출신이신데 앞으로 정치를 할 생각은요.
“(한참 웃더니) 후배들이 이젠 맘대로 해도 되는 거 아니냐 부추기던데요.”

-혹 정치를 한다면 남편과는 어떻게 차별화하실 건가요.
“(또 웃더니) 그분은 너무 고민하고 신중하고 그렇잖아요. 실수하는 건 없는데, 여러 사람을 좀 답답하게 하죠. 저는 혹시 한다면 과감하게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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