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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자전거로 “검소한 4년”(대학가가 변했다:7)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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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배울점 많은 외국대학생/“벌어서 공부한다”… 사치는 꿈도 못꿔/전통깊은 서점·값싼 카페서 「건강한 낭만」
『공부를 안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미·일·독·불 등 이른바 선진국의 대학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바로 이같은 「대학=학문연구」다.
들어갈 때부터 학벌·취직을 위해서가 아닌 학문을 하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사람만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이같은 분위기는 당연하다. 나라마다 조금씩 대학의 성격·제도가 다르긴 하지만 입학은 기회균등의 원칙에 따라 개방적이고,졸업은 철저한 경쟁원칙에 따라 적자생존 한다는 것이 공통점. 이러한 원칙은 교수나 학생이 다를바 없다. 우리처럼 몇년전의 노트를 들고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강의를 반복하는 교수는 당장 보따리를 싸야 한다. 대부분의 교수가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하기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권위 또한 절대적이다. 그렇다고 구미 각국의 대학생들을 모두 책벌레 정도로만 평가하는 것은 큰 오해다. 대학마다 각종 문화행사가 성황리에 열리고 개개인은 다양한 클럽활동을 통해 교양·취미를 가꿔나간다. 한마디로 공부도 열심,노는 것도 열심이다.
우리 학생들처럼 전적으로 부모로부터 학비·용돈을 타내 학교를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단 대학생이 되면 경제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성인으로 인정되며 자기인생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매월 1백달러씩의 장학금을 더 받기 위해 서슴없이 하버드대 입학을 포기하고 지방대로 내려가는 가난한 수재들이 적지않다.
학비가 거의 들지않는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주립대를 제외한 사립대의 등록금이 비싸다. 부모가 부유하지 않은 학생들은 장학금외에 책값·용돈을 벌기위해 여름방학이면 아르바이트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고 공부를 소홀히 하다간 영락없이 낙제를 해야한다. 「청바지와 자전거」 이것이 수수한 미국 학생의 모습이다.
각 대학가의 정경도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프랑스의 대표적 대학으로 7백년의 전통을 지닌 소르본느대를 싸고있는 「카르티에 라탱」(라탱구)에는 1백여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서점들이 최첨단의 전문서적에서부터 1백여년도 더 된 고서적까지 팔고 있다. 술집과 카페·간이식당·극장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학가 주변이 퇴폐의 온상이고 더욱이 그런 업소들의 주요 고객이 대학생이라는 것은 도저히 생각하기 어렵다.
이웃 일본의 경우 동경대의 상징인 아카몽(적문)앞 홍고(본향)로,게이오대(경응의숙)의 미타(삼전)와,와세다대(조도전)의 다카다 노바바(고전마장)등이 대표적 대학촌으로 꼽힌다.
헌책방·의과학서점 등을 비롯,값싸고 먹을 수 있는 라면·샌드위치 음식점 등 편의시설과 문방구·구두가게·찻집·미술관 등이 있지만 역시 화려한 옷가게나 록카페·고급술집·당구장·여관 같은 것은 볼 수 없다. 독일의 경우 대학가·대학촌이 따로 형성돼 있지 않다. 대부분 2∼3층짜리 개인주택 같은 건물이 교수연구실·강의실·도서관 등으로 구분없이 쓰이며 교수·학생 모두 일단 학교에 오면 하루종일 캠퍼스를 떠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 모든 것이 90년대 들어서도 방황을 거듭하는 우리대학의 현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한국학생은 대학가면 공부안한다』는 비아냥에 과연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특파원종합=정리 봉화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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