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분단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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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직 이스라엘로부터 독립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지구가 정파에 따라 두 지역으로 분단될 위기에 처했다. 타협을 모르는 정쟁과 치열한 내전 끝에 친서방 파타당이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반서방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로 분할될 처지가 된 것이다. 하마스와 파타당 간의 무력 충돌사태가 1년여 동안 계속되자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대통령 격)은 3월 출범한 하마스와 파타당의 공동내각을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14일 발표했다. 하지만 의회를 장악한 하마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해 팔레스타인은 분열 위기에 빠져들게 됐다.

하마스는 13일 가자지구에서 파타당의 통제를 받던 보안시설을 대부분 장악했다. 우선 자신들의 거점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계산이다. 이에 맞서 파타당은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하마스 추종자들을 체포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는 하마스, 요르단강 서안은 파타당으로 당분간 분할 통치될 전망이다.

아바스 수반은 팔레스타인 전 지역에 비상사태를 발령했다. 충돌이 격화하는 가자지구에 다국적군의 배치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지난 1년여간 양측 간 충돌로 약 650명이 사망했고, 최근 2주 동안에만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아바스 수반의 내각 해산 명령에 따라 자치정부를 장악한 하마스의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는 자동으로 총리직을 박탈당하게 됐다. 팔레스타인의 헌법인 기본법에 따라 수반은 의회 동의없이 임시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 압바스 수반은 임시내각을 이끌면서 조기 총선을 관장할 임시총리를 조만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바스의 이번 조치는 극약 처방이다. 2006년 1월 민주선거를 통해 의회와 자치정부를 장악한 하마스를 직권으로 불신임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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