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 파문잊고 기업일 전념하겠다”/김우중회장 귀국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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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때 신당참여 고려했던건 사실/그룹 재무구조는 걱정할바 못돼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정치홍역」의 악몽을 씻고 순수한 기업가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말 정가와 경제계를 뒤흔든 대선출마설 파문이 결과적으로 자신을 「정치야심가」로 내비치게 한 점을 내심 안타까워 하면서 「세계는 넓고 할일 많은」기업가로서의 의욕을 다시 불태우고 있는 자신의 근황을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짤막한 대선불출마 선언을 남기고 지난달 31일 훌쩍 외유에 나섰던 김 회장은 8박9일간의 4개국 출장일정을 마치고 귀국,10일과 11일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치참여파문에 대한 현재의 심경과 향후사업 구상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자리에서 『기업가로 전념하겠다』는 말을 되뇌는 등 이미 자신이 예전의 순수한 기업가로 돌아갔다는 점을 이해시키려고 애썼다.
김 회장은 기자들에게 잠시나마 정치권 주변을 맴돌았던 것이 「실수」였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우그룹,특히 대우자동차를 본궤도에 올려놓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여러번 다짐했다.
그는 10일 대우그룹 담당기자와의 간담회에서 이번 파문으로 『기업가로서의 내 이미지가 손상을 입은게 사실』이라며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대선출마설을 빨리 부인하지 못했는지 알 수 없다』고 후회했다.
자신의 정치참여설에 대해서 괴로운 듯 『다 지나간 일이니 더이상 얘기 꺼내지 말자』고 언급을 삼가다가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마지 못해 『대통령 되겠다는 말은 입밖에 낸 적이 없지만 신당에 참여할 생각을 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해외출장에서 거둔 사업성과를 드물게 수첩메모까지 미리 준비해와 기자들에게 소상히 설명했으며 11일에는 자동차담당 기자들을 만나 대우자동차의 향후 경영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 회장은 8박9일간의 이번 해외출장에 이례적으로 김욱한홍보담당전무를 대동했으며 이와 관련,대우측은 김 회장이 평소와 다름없이 사업을 위한 강행군에만 매달렸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만들어 지난 7일 각 언론사에 배포하기까지 했다. 그는 대우그룹의 재무구조가 나쁘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 여러 수치를 들어가며 『대우는 결코 허약한 기업이 아니다』 『내가 없어도 대우는 잘 굴러가도록 자율경영체제가 잘돼 있다』는 점 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특히 매각설까지 나돌았던 대우자동차의 회생에 자신감을 피력,『10년 후에는 국내외 공장에서 연간 2백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회사로 키우겠다』고 의욕을 보였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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