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동물이지만 … 엄마 그리워 우는 늑대 토닥토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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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사짱은 아침밥을 먹고 들판으로 나간다. 엄마 생일에 꽃을 따다 주고 싶어서다. 허겁지겁 나가는 바람에 입가엔 달걀노른자, 손바닥엔 딸기쨈, 앞치마엔 닭고기 수프가 묻었다. 들판에 가는 도중 꼬마 여우와 꼬마 곰, 꼬마 늑대가 사짱에게서 나는 맛있는 냄새를 맡고 달려든다.

사짱이 "난 지금 바빠, 우리 엄마에게 가면 먹을 수 있어"라고 하자 세 동물들은 모두 사짱네 집으로 몰려간다. 사짱이 꽃을 한 아름 품고 집에 도착하니 세 동물들이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사짱은 화가 났지만 곧 풀린다. 이후 배가 부른 꼬마 여우와 꼬마 곰은 엄마에게 간다고 집을 나선다. 그러자 혼자 남은 꼬마 늑대는 "난 엄마가 없다"며 울기 시작한다. 사짱은 늑대에게 자신의 엄마를 잠시 빌려주며 친구를 달랜다. 그리고 말한다. "나 친구가 많이 생긴 것 같아."

내용은 "그래서?" 라는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단순하다. 그림 역시 화려한 색채나 정교한 선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일본에서 1977년 첫 출간 이후 51쇄를 찍고 지금까지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이유가 뭘까. 아이들의 동심의 세계를 꾸밈없이 그렸다는 평이다. 사나운 동물들을 그저 훼방꾼 정도로 여기고 동물들도 사짱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한 치의 의심도 갖지 않는 아이들의 순수함이다.

마지막 장면, 꼬마 늑대의 슬픔을 보듬는 사짱의 따뜻한 모습 역시 아이들의 천진함을 대변한다. 한편 '끈적끈적' '찐득찐득' '얼룩덜룩' 등 이제 막 말문이 트여 소리와 글자에 호기심을 갖는 아이들에겐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가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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