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한 우리 모두가 반성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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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앙일보 11월 1일자 사설「어느 지하철에서 생긴 일」을 읽고 몹시 씁쓸했다.
지하철에서 생긴 일 자체에 대한 느낌도 씁쓸했지만 그 사설을 쓴「사설 자」의 행동도 대단히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사설에 따르면「술기가 약간 있는 3명의 젊은이가 차안에서 상소리를 하고 거들먹거리면서 한 대학생에게 이유 없이 시비를 걸고, 또 주먹으로 때려 대학생이 코피를 흘리고 있는데도 그 안에 있던 젊고 건장한 사람을 포함한 많은 승객들이 누구 하나 말리려 들지도 않았고 그대로 보고만 있었으며, 다만 40대 후반의 여인과 젊은 여자 승객만이 피를 흘리는 대학생을 도우려 했다」는 것이다.
「사설 자」가 분개하고 개탄하는 것처럼 나도 이러한 일에 대해 무척 분개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사설에 대해서도 함께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사설 자」가 시민들의 비겁함을 꾸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게 분노하는「사설 자」는 과연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왜 일어나서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는가. 다른 사람들을 책망하기 전에 자기가 나섰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차라리 본인이 한마디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든 가, 또는 폭력을 당했다는 그러한 내용의 글을 썼어야 더 떳떳하지 않았겠는가.
「사설 자」를 포함해 사회 지도층에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만 꾸짖지 말고 솔선하여 좀더 용기 있는 행동, 일반시민들의 모범이 되는 행동을 보여 주었으며 좋겠다.
이신자<서울 노원구 공릉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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