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청소년들의 ‘담배 뚫기’

중앙일보

입력

"담배 좀 사다주실래요?"

어느 날 그늘진 골목길에서 덩치가 산만한 학생들이 나타나 길을 가로막고 이렇게 말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인터넷에 '내 마음의 풍경'이라는 블로거가 학생들로부터 '담배 뚫기' 당한 사연을 올려 화제입니다. 자신을 주부로 밝힌 글쓴이는 길을 가던 중 학생으로부터 "담배 좀 사다 주세요"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요즘 10대들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에 겁이 더럭 났다"라면서도 간신히 "됐습니다"라고 학생들의 부탁을 거절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글을 본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이런 일을 당해본 누리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사이에서 학생 신분으로 담배를 구입하는 일이 일명 '담배 뚫기'로 불리운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청소년 누리꾼들의 말에 따르면 담배 뚫기 중에 꽤 잘 통하는 것이 '심부름을 해줄 만한' 사람을 골라 담배 사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대부분의 성인 누리꾼은 학생들을 혼내주고 담배 피우지 말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혼냈다가 폭행을 당했다는 어른의 이야기를 들으면 학생을 혼내주기도 두려워지죠.

요즘 인터넷에는 '담배 뚫기'라는 제목으로 어른에게 부탁하는 법 외에 '편의점보다는 작은 슈퍼마켓을 공략하라', '차 문이 열려 있으면 주민등록증을 훔쳐라' 등 갖가지 방법론까지 떠돌고 있습니다.

이러다 청소년을 보호해 왔던 울타리까지 뚫려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구민정 기자 [lychee@jesnews.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