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체비지 안 팔려 "발 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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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택지개발 및 각종 도시개발 비용으로 사용되는 서울시내 체비지 매각실적이 저조, 시 재정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체비지는 과거 구획정리 사업 과정에서 도로·녹지대 등 공공시설 조성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시가 확보한 땅으로 체비지 매각자금은 전액 도시개발 특별회계에 편입돼 구획 정리사업 지구 내 공공사업비 외에 대규모 택지개발비나 지하철·상하수도 등 도시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자금에 사용되고 있다.
부동산경기가 호황국면을 달렸던 80년대 후반 체비지는 매입 가가 시세보다 낮아 일단 사 두기만 하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안겨 주는「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기를 끌었었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해 시행한 90년「5·18조치」로 대기업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해 중과세가 부과되고, 건축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체비지 인기가 시들해지기 시작해 91년 중 시행된 공개입찰 과정에서는 유찰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매각 비용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려던 일부 주요사업 공기를 연기하거나 사업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올해 체비지 매각을 통해 3천3백억 원의 자금을 확보, 이중 2천억원을 지하철 건설비에 쓸 예정이었으나 매각실적 부진으로 1천억 원을 조달하는데 그쳤다.
◇체비지 공매 부진=부동산 경기가 한창이던 89년4월에는 공매된 1백27필지의 체비지 가운데 1백11필지가 팔려 금액 비율로 96·6%의 높은 매각 율을 보였다. 그러나 90년으로 들어서면서 체비지 인기가 시들기 시작, 90년8월 공매 때는 1백9필지 중 57·2%가 팔렸으며 91년4월에도 공매대상 가운데 56·4%만 팔렸다.
이어 지난해 9월 공매에서는 91필지 중 32필지가 팔려 금액대비 판매율은 21·2%에 그쳤고 지난6월에는 52필지 중 겨우 1·2%만이 매각됐다.
이달 4일 실시된 공매에서도 전체 1백1필지 중 9필지(금액대비 15·8%)가 팔리는데 그쳤다.
현재 서울시가 내놓은 매각 대상 체비지는 1천9백29필지 30만3천여 평으로 ▲학교용지 12만4천여 평 ▲나대지 7만4천여 평 ▲주택 점유지 6만2천여 평 순 이며 금액으로는 1조5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
◇대책=서울시는 체비지 매각부진 원인을 토지별로 분석, 지금까지 매입자가 자비를 들여 철거했던 체비지 내 기존건물·가설 물 등 지장 물을 시에서 철거해 주는 조건으로 매각하는 등 매입 자에게 유리한 매각조건을 제시하며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학교용지 무단 점유 자를 강제퇴거 시키고 학교개설 계획이 마련되면 학교가 문을 열 때까지 토지를 유상으로 임대해 줘 활용도를 높일 방침이다.
이와 함께「체비지관리 및 처분규정」을 개 정, 종래의 .경우 공매대상 토지는 수의계약이 불가능했으나 2회 이상 유찰 시 예정가격 이상 원매 자에게 수의계약으로 팔 수 있게 했다.
단독입찰을 허용하지 않았던 규정도 고쳐 예정가격 이상으로 응찰한 단독 입찰이 가능케 했다.
이밖에도 체비지 공매 대금 납부방법도 바꿔 종래에는 남부기간을 4개월 연장할 때 연 21 %이자를 내도록 했으나 이를 12·5%로 낮추고 6개월간 추가연장도 가능하도록 했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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