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공명선거의지 가시화/대선 불법운동 단속과 각당의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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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권차단 환영”… 말썽나지않게 몸조심 민자 민주/“산업시찰은 당원 현장교육” 정면 대응 국민
중립내각이 사전불법·탈법선거운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7일 제2차 공명선거관리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불법선거운동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대처하기로 결의하고 그동안 내사 또는 수사해온 사례들을 공개했다.
현승종국무총리는 이와 함께 11일 민자·민주·국민당의 선거대책위원장들을 공관으로 초청,만찬을 함께하며 각당의 자제를 요구할 계획이다.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각당의 협조가 원만하지 않고 불법사례가 공공연히 계속될 경우 중립내각은 「법대로」 처리할 수 밖에 없음을 통고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3당은 준법다짐과 반발의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자당은 국민당에 대한 「중립내각」의 사법대응을 지켜보면서 책잡히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선거전략가들은 금주부터 본격화되는 준법선거분위기가 득표상으로도 불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랫동안 길들여온 여권의 선거체질을 바꾸려면 힘이 들지만 「말썽나지 않는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준법공방전이 국민당의 물량공세를 억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자당은 9일 개정된 대선법의 내용을 담은 팸플릿을 전지구당에 내려보내 준법을 「신신당부」했다. 아울러 서산·경주·울산 등 국민당이 선심관광을 시킨다는 지역의 지구당을 비롯,전국에서 수집된 국민당 불법사례를 모아 선관위에 제출할 준비도 하고 있다. 당관계자는 『굵직한 것만 따져도 88건이 지도부에 보고됐다』고 밝혔다.
민자당은 아울러 이번주 치러지는 지구당 개편대회에 비당원이 참석하거나 선물·일당 등이 제공되는 일이 없도록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은 당국의 탈법단속이 다른당의 금권공세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단속한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경계하고 있다.
김대중대표는 『중립내각으로 관권개입의 흔적은 없으나 문제는 금권이며 민자·국민당에서 금권부정과 관련해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검찰활동의 긍정적인 측면을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과 선관위의 단속잣대가 자칫 『단속건수를 맞추는 형식상 균형을 취할 수 있다』(9일 최고위원회의)는 우려에 따라 후보자와 유권자의 건전한 접촉을 차단하는 후유증을 유발해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선거운동방식을 군중동원의 세몰이에서 유권자를 소규모로 찾아다니는 버스투어(순회 유세)와 환경보호운동·청년문화제 등 정치문화 행사위주로 전환시켰는데도 싸잡아 단속의 칼을 들이대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말(언)은 풀고 돈과 권력은 묶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운용해야 한다』『후보가 국민에게 생각과 정책을 알려야 하며 국민도 알권리가 있다』고 역설한 것은 정책대결의 분위기를 선관위가 잡아달라는 주문이다.
○…국민당은 선관위와 정부가 가장 강력히 단속한 대상이 국민당의 서산·울산산업시찰이어서 매우 당혹해하면서도 기세에 눌리지 않겠다는 듯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민당은 9일 대선운영위에서 「정면대응」「산업시찰강행」이라는 강수를 결정하고 밀어붙인다는 자세를 확고히 했다.
국민당은 이에 따라 구체적인 대응방안으로 「정부규탄」「타당사례폭로」라는 양면작전에 들어갔다. 정부규탄의 성명이 연일 나오고 있으며,9일 오후에는 타당의 불법사례를 공개했다.
국민당은 「금품제공」에 대해서는 불법성을 인정하지만 나머지 「교통편의(버스)」「도시락」 제공은 정상적인 정당활동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서산·울산산업시찰은 당원에 대한 「현장교육」이지 「선심관광」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민당은 『서산간척지와 서산현대공장이 정 대표의 업적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홍보장소이기에 당원들을 현장에 데려가 교육시킬뿐』이라면서도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서 국민당은 『현장교육을 불법으로 시비하는 것은 보여줄 것이 없는 타당의 시기심』이라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면서 정부·선관위의 중립성을 부인한다.
국민당은 나아가 신문광고 등을 통해 당의 논리를 홍보하는 한편 각종 집회에서 정부규탄 결의를 다질 계획이다.<박보균·김진·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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