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의지 밀고 나가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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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불법사전선거운동에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공명선거관리를 내건 중립내각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7일 열린 선거관련 관계장관회의는 기업을 이용한 선거운동,정당활동을 빙자한 선거운동,사조직을 이용한 선거운동 등 현재 각 정당이 다투어 자행하고 있는 모든 불법운동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그 배후까지 형사책임을 추궁키로 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선관위와 정부의 거듭된 경고와 단속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심해지는 정당들의 불법선거운동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모처럼 공명선거를 한번 해보자는 국민적 숙원이 무너지고 이번 대선 역시 불법·타락이 판치는 선거가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불법운동이 더 심해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정부의 이런 조치가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우리는 정부가 이런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정당들의 뻔뻔스럽고 몰염치한 작태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사전선거운동을 하지말라는 경고와 당부가 귀가 따갑도록 쏟아지는데도 정당과 후보들은 들은 척도 않고 있다. 각당이 모두 정당활동을 빙자하여 사실상 선거유세·득표활동을 태연히 전개하고 있으며,이제는 수만명 규모의 군중집회까지 버젓이 하는 판이다. 그들의 말로는 모두 당원상대의 행사라니 어린애가 듣고도 웃을 일이다. 당원이라면 이미 지지자가 분명한데 왜 그렇게 돈과 인력을 쏟아가며 새삼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가.
우리는 현행법의 까다로운 규정때문에 후보의 유권자 접촉에 제약이 큰 것은 문제점이라고 보지만 그 법 역시 누가 만든 것인가. 이번 국회에서도 얼마든지 고칠 수 있었던 장본인들이 그대로 두고도 안하무인·안중무법식으로 불법운동을 자행하다니 그 강심장에 아연할 뿐이다.
정당들은 결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당처럼 정부조치에 반발하고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지만 정부는 여기에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다. 불법운동을 조기에 차단하자면 정당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하고 정국긴장이 올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공명의지를 밀고 나가야 한다. 우리는 현승종내각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는 보지 않으므로 정부의 공명의지는 국민의 뒷받침을 받으리라고 믿는다. 정부와 국민당간에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있으나 국민당도 냉정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가령 현대그룹의 계열사들을 총동원해 사원들에게 입당원서를 할당하고 지역책임제를 실시한다는 혐의가 사실이라면 이를 정부가 묵과할 수 있겠는가. 기업은 기업이고,정당은 정당이다. 기업자금의 선거유입을 막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당연한 것이다.
우린 중립내각이 얼마나 본때있게 불법운동을 단속하는지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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