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일까지 호암갤러리 전시|석도의 산수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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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석도(1642∼1707)는 호이며 본명은 주고극, 증명은 원제다. 명 왕실의 후예로 명의 멸망후 승려가 되어 여러 명산대천을 주유하는데 이것이 그의 예술세계로 발전되어 청대의 회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석도는 그림 뿐 아니라 독창적인 화론을 많이 남겼는데『망과 화상화어녹」이 그의 대표적인 화론으로 꼽힌다.
그는 노·장의 자연주의 철학과 불교의 선학사상을 깊이 연구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한 일화론을 유기적인 체계로 완벽하게 전개하였다. 그 문장이 매우 간결하고 정확하며 불교적인 생활철학의 내용을 겸하고 있어 석도가 회화를 얼마나 생활화·체험화했는가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화론 중에 가장 철학적이고 내용이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그는 당시의 화단을 지배한 복고주의적 경향에 크게 반대하여 진정한 회화예술의 새로운 창조를 부르짖었다.
『비록 어떤 화가를 핍진하게 닮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마치 어떤 화가가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는 것일 뿐이다.
예전 사람의 수염과 눈썹은 나의 얼굴에 날 수 없고 예전 사람의 폐와 내장은 나의 배와 창자에 들여놓을 수 없다.』
이는 남의 모방만을 일삼는 구태의연한 청초의 정통파들을 야유하는데 충분한 내용인 듯하다. 이 산수화첩은 고법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석도 특유의 신선하고 자유분방한 화풍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첩첩으로 둘러싸인 험준한 산세, 사납게 굽이쳐 내리는 폭포수, 소용돌이치는 물보라를 저으며 선유하는 사람의 모습이 드러매틱하게 전개되어 있다.
그리고『바위 빛이 하늘에 솟아있고 흐르는 물에서 구름이 피어오르네(입천유석색천수홀운근)』라고 쓴 관지에서 설명하듯이 대자연의 유기적 순환과 사의표현이 화면의 신비스러움을 더한층 자아내게 한다. 장우당<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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