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조부수씨 슬로베니아서 초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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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양화가 조부수씨(48)가 슬로베니아 국립현대미술관의 초대를 받아 12일부터 12월11일까지 한달간 현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조부수 30년전」이란 이름을 붙인 이 전시회에는 62년부터 92년까지 제작된 50여점이 출품된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유고 자그레브에서 열렸던「한국 현대회화 전」때 슬로베니아 국립현대미술관장 조란 크리스닉이 한국 미술에 매력을 느낀 것이 계기가 됐다.
크리스닉은 지난 3월 내한, 10여일 간 체류하면서 한국화단을 둘러본 뒤 조씨의 초대를 결정했다.
크리스닉은 이번 전시도록에 실은 서론에서『조씨는 화려한 색조와 서예기법을 차용한 정확한 붓 터치로 그가 태어난 한국의 미학적·정신적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홍익대·대학원을 졸업한 조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20여년간 공식적인 활동을 중단했던 특이한 경력의 화가다.
그가 국내외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 열렸던 제1회 마이애미 아트페어에 참가, 출품작 37점 가운데 절반이 팔려나가는 보기 드문 기록을 세우면서부터.
조씨는 60년대엔 앵포르멜 작업을 주로 했으나 70년대엔 미니멀 작업으로, 80년대엔 다시 우리 고 건축의 문양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쪽으로 변했다가 최근엔 강렬한 원색과 대담한 구성 속에 내면의 감정을 자유로운 붓 터치로 표현하는 등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7월 지나치게 규격화된 80년대 작품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년 동안 제작해 온 그림 1천여점을 면도칼로 찢거나 불태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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