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투명 정권 교체기/대기업 경영계획 애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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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외형보다 내실성장 겨냥/주말께 확정/금리·환율전망 어려워 더욱 애로
주요그룹들이 국내경기 및 정치상황 불투명으로 내년도 경영계획을 세우는데 애를 먹고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세계경제는 올해(1.2% 성장)보다 높은 3.2%의 성장률을 보여 회복국면에 접어들 전망이지만 국내경기와 환율·금리·정치상황 등이 워낙 불투명해 보통 10월말에 마무리되던 내년도 경영계획을 아직 수립조차 못하고 있다.
각 그룹 기획조정실이나 비서실관계자들은 『정부기관과 민간연구소가 내놓은 경제전망치를 토대로 내년 경영계획을 짜고 있지만 전체적인 경영전략을 확장으로 잡아야할지 올해처럼 안정으로 밀고나가야 할지 결정하기조차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그룹들은 ▲해외시장 호전에 힘입어 수출에 주력하고 ▲외형보다 수익을 중시하는 내실위주의 경영을 하는 한편 ▲물류자동화 등 합리화투자와 신기술개발과 함께 ▲공해방지·공익사업 등 회사이미지 제고에 힘쓴다는 등의 원칙만 세워 놓았을뿐 세부내용의 수립은 계속 미루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번달부터 계열사별로 내년도 경영계획수립에 들어가 그룹차원에서는 연말 사장단회의가 임박해서야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룹측은 내년도 경영원칙을 첨단기술·고부가가치 산업 등 21세기형 사업구축과 내실위주의 경영으로 정하고 인력 및 시설투자는 정치상황에 영향을 받지않되 「올해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묶기로 했다.
현대그룹도 예년보다 한달쯤 늦은 12월이 돼야 구체적인 경영계획이 마련될 것으로 보이는데 계열사별로 어느 정도를 투자해야 할지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측은 『올해는 정주영씨 정치활동의 여파로 매출목표 44조원에서 5% 정도 감소가 예상된다』며 『국내경기·환율·물가는 물론 정치상황까지 불투명하게 얽혀있어 내년도 경영계획을 세우기가 한결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우그룹과 선경그룹도 내년 매출목표치만 각각 23조4천억원과 13조원이라는 개략적인 수치로 잡아놓았을뿐 구체적인 계획은 계속 검토중에 있으며 럭키금성그룹은 아예 매출목표액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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