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2' 상가 보상기준 변경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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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건설교통부와 한국토지공사가 신도시 예정지 내 상가에 대한 보상기준을 갑자기 바꾼 것은 유령 상가가 판을 치면서 전체 보상액이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보상액이 많아지면 분양가가 높아져 정부가 원하는 '평당 800만원대 분양'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지침 변경에 따른 책임 공방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보상 기준일 왜 바꿨나=한국토지공사는 동탄2 신도시에 대한 주민공람 공고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1일 내부 지침을 바꿨다. 공람 공고일 이전의 상가에 대해 모두 보상해 주다가 동탄2 신도시부터는 공고일 1년 전에 사업자등록을 한 상가에만 상업용지의 분양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신도시 예정지에는 스키대여점.화방.불교용품점.옷수선점 등 주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가들이 즐비하다. 국세청이 의심하고 있는 위장사업 등록.신청 건만 593건에 이른다.

◆또 뒷북 행정 논란=한국토지공사 관계자는 "판교에서 보상으로 받은 8평짜리 상업용지의 시가가 1억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유령 상가가 급증했다"며 "브로커들이 신도시 예정지를 훑고 다니면서 땅값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탄2 신도시 예정지에 유령 상가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내년 상반기 중 분당급 신도시 발표"를 내비쳤고, 11.15 대책에서 이를 공식 확인한 시점부터 유령 상가가 동탄으로 이동한 것이다. 보상 전문업자들은 이미 동탄에서 신도시 발표 징후를 읽고 움직였지만 건교부나 토지공사는 지금껏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다가 공람 공고 하루 전에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한광호 대표는 "겨우 지침 하나만 바꾸면 원천 봉쇄될 것을 여태 내버려뒀다는 것은 투기를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건교부와 토지공사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선 구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누가 선의의 피해자인지 정확하게 구분해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남사면 삼화공인 이상화 사장은 "동탄2 신도시 예정지는 동탄1 신도시에서 옮겨와 가게를 운영하던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보상과 관련된 중요 내용을 토지공사의 내부지침으로 정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엔 유령 상가를 보상에서 제외한다는 나름의 명분이 있을지 몰라도 언제든지 토지공사의 입맛에 맞춰 지침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준현.김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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