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클린턴에 줄대기 안간힘/선두 주자되자 부시 선호서 돌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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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에 밀사파견·연고자찾기 법석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에서는 지금 빌 클린턴 미 민주당대통령후보에 대한 정보수집과 연줄찾기가 한창이다.
일본 대장성은 클린턴후보가 주지사로 있는 아칸소주에 밀사를 보냈으며,외무성관리들은 클린턴과 연고가 있는 극소수 일본인들과 점심약속을 하느라 법석이다. 기업가들도 12년전 미 민주당의 집권시절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되살리느라 온힘을 쏟고있는 모습이다.
개인적 친분관계가 공식통로보다 훨씬 중요시되는 일본에서 클린턴이나 그의 보좌관들과 잘아는 일본인들이 거의 없다는 것 때문에 불안감이 일고 있다.
미­일 관계 자문을 맡고 있는 일본 외교관 오카모토 유키오는 『많은 미국 로비이스트들이 민주당과의 관계를 내세우며 일본 회사들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관리는 일본 대장성이 클린턴 진영에 밀사를 보냈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클린턴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누구와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일본을 대신해 클린턴에게 접근하고 있는 미국인 중에는 미 해군 정보장교출신 마이클 멀런같은 사람도 있다. 그는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본 총리와 밀접한 하마다 타쿠지로(빈전탁이랑)의원의 지시로 최근 아칸소주와 워싱턴에 파견됐다. 그는 자신이 파견된 목적이 『장차 일이 생길때를 대비해 전화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이 당선될 지는 투표후에 판가름날 것이지만 그를 대하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연초와는 극단적으로 달라졌다. 일본인들은 전통적으로 미 민주당이 보호무역을 선호하는 반면 공화당은 시장개방에 비교적 적극적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지난 2월만 해도 경제기획청의 한 관리는 유력 신문에 일본은 조지 부시대통령이 재선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실은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일본 정부에는 선거전에서 선두주자로 나선 클린턴에 대해 칭찬하지 않는 관리들을 찾아 보기 힘들다. 이들이 클린턴에 대해 갖는 호감은 매우 진지한 것이다. 민주당은 일본 최대의 시장인 미국 경제를 더잘 되살릴 것이며,이는 미국의 일본에 대한 군사적 보호역할을 지속시켜주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일본인들이 클린턴에게 가장 크게 기대하는 일은 2차대전 이후에 출생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가 일본을 한수 아래로 최급해온 냉전시대의 미국의 대일 외교입장에서 탈피하는 것이다.<동경 ap·연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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